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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벌써 트럼프 눈치?···TSMC, AI칩 中공급 중단 [트럼프 2.0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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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7나노 이하 주문 안받는다"

화웨이 칩셋 사용에 美정부가 명령

트럼프 타깃 피하기 목적 분석도

EU는 "미국산 LNG 수입 늘릴수도"

남미서 개최 APEC·G20회의 전후

美 경유해 '눈도장' 외교전도 치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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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벌써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꺼내 들며 바짝 엎드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중 겨냥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는 중국에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주 초 중국 고객사들에 이달 11일부터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AI클라우드를 위한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9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TSMC에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공급 중단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상무부가 AI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라는 공문을 TSMC에 보냈다는 것이다. 앞서 시장조사 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중국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TSMC의 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자 공급 중단 명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TSMC의 조치에는 ‘트럼프 컴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FT에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TSMC는 선량한 기업이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하다.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TSMC를 정조준했다.

EU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미국산 LNG를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EU와 미국이 공통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LNG로,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우리에게는 더 저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U의 LNG 수입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러시아(16%)에 비해 크게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LNG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S&P글로벌의 LNG시장 관련 전무인 로랑 루세카스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은 정치적 성격이 더 큰 것”이라고 해석했다. 거래에 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일단 LNG 수입 카드를 내밀면서 최대 20%의 보편 관세 등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EU는 관세전쟁을 위협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LNG와 미국산 대두를 더 많이 수입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시킨 바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자국 내 기업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다른 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새로 취임한 외르크 쿠키스 독일 재무장관이 내년 착공을 염두에 두고 책정한 인텔의 독일 공장 건설 보조금을 다른 분야 예산 구멍을 메우는 데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텔은 독일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올 9월 계획을 연기했다. 독일 정부는 반도체 분야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일을 유럽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인텔에 공장 신설 비용 300억 유로 중 1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었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IWH)의 라인트 그로프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일부 기업이 생산 시설을 오히려 미국으로 옮길 것”이라며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도 15~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움직임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G20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경유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들 국제회의를 전후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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