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숙명여대 객원교수 인터뷰
박진영 숙명여대 객원교수. 사진=본인 제공 |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2024년도 예산을 전년 대비 13.9%나 줄여 21조5000억원으로 의결한 것은 대표적인 ‘이공계 홀대 정책’으로 과학계의 불만과 원성이 컸다. 과학기술 R&D는 국가 첨단 산업의 근간으로 그 어렵다던 시절인 IMF 당시에도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2025년 R&D 분야 예산을 29조7000억원으로 편성해 전년 대비 11.8%(3조2000억원) 늘렸다.
예산 삭감은 지난해 6월 28일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이 일부 세력이 ‘연구비 카르텔’을 형성해 나눠 먹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박진영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최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R&D 정책 기조는 검사 시절의 불법 수사 논리”라며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 성과의 불분명함에 대한 검사의 공정 논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산업경제계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그는 “R&D나 벤처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실패 확률이 높고, 연구비가 낭비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현실을 알 수가 없으면 투입과 산출이 비슷한 검증된 기업만 지원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은 벤처가 아니라, 기득권 강화”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예산 삭감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과학계는 물론, 중소기업들에도 돌아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 당시 기업들의 과제 중단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산업에너지 분야 연구 일자리가 3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동아 의원이 산자부 소관 연구관리 전문기관 3곳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R&D 관련 연구인력은 2021년 약 18만7000명에서 2022년 약 20만1000명, 지난해 19만3000명으로 연평균 19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기준 참여 연구인력은 16만2000명으로 지난 말 대비 15.8%나 줄었다.
박 교수는 과학 및 이공계를 비롯한 산업정책에 대해 “신성장 정책이 없기에 산업정책도 없다”며 “경제나 산업을 공정을 추구해야 할 생태계로 오판한 결과다. 새로운 투자 없는 감시체계로 신산업을 대체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국가적인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양자,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 정책에도 일관성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교수는 “반도체지원법은 만들고 재정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앞뒤가 안 맞다. 반도체, 배터리 관련해서 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의 출발은 국가안보실에 경제전문가가 전무한 탓이기도 하다. 차라리 기업의 의견을 우선 듣는 자세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이공계 분야 국책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연구원 A 씨는 “예산 조정이 예고 없이 빠르게 이루어진 데다, 정부가 언급한 ‘R&D 카르텔 해소’라는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아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연구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이로 인해 기초과학과 창의적 연구 기회가 줄어들게 된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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