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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트럼프 재집권은 기회 … K전선·배터리 존재감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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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명노현 (주)LS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서울 LS용산타워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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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어디까지 밀어붙일지에 대해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지 이틀 후인 지난 8일 명노현 (주)LS 대표이사 부회장이 매일경제와 만나 "다시 펼쳐질 트럼프 시대는 우리나라 기업에 위기이지만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가 우려되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는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LS가 지난해 엘앤에프와 합작해 설립한 전구체·황산니켈 생산업체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LBS는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세워 2026년 양산에 돌입한 후 2029년 12만t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낡은 전력망 교체 사업도 한국 전력기기 업체에 새로운 먹거리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1조원가량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다. 명 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화위복'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에 우리 산업계도 긴장한다.

▷붕괴한 제조업 벨트를 되살리는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전략이었다. 세계의 공장을 미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현지 정치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우리 기업도 그런 시각으로 미국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위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10년간은 미국 내 모든 제조업 공장 설비에 투자하고, 그 뒤의 10년간은 공장 가동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년 가까이 성장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제 블록화를 선제적으로 시작한 것도 미국이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는 지도자도 계속 생길 것이다. 미국의 위기의식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일자리가 미국에 쏠릴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도 글로벌 수요에 맞춰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서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했다. LS그룹 역시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지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전진기지를 세웠다고 해서 한국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미 대선이 LS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미국 기업들은 관련 투자를 이어왔고 미국 정부도 외자 유치를 받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을 무너트리고 실업자를 양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의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교체 수요는 정권 기조와 관계없이 이어질 것이다. LS전선이 버지니아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일정대로 진행된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한 장거리 전력망 수요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수주 상황은 어떠한가.

▷버지니아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르면 2028년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29년까지 수주 물량은 충분히 확보해둔 상태여서 단기적인 전략 방향은 수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내년 초에도 미국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수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LS그룹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을 핵심 신사업으로 선정했는데, 캐즘을 어떻게 극복하나.

▷전기차의 생산 원가 중 40%를 배터리가 차지한다. 고품질 배터리를 가장 저렴하게 만드는 국가는 중국이다. 기술력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배터리 시장의 회복 시기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겠지만, 투자 방향성은 변함없다. 캐즘 극복 시점은 배터리 소재 공급 업체들의 양산이 현실화하는 시점으로 이르면 2026년, 늦어지면 2029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분쟁서 한국의 포지셔닝은.

▷현 상황을 완벽히 분석한다고 해도 새로운 위험 인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게 기업 경영의 숙명이다. 그룹의 C레벨 임원들에게 '세상은 불확실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이유다. 상황이 바뀌면 그때그때 전략을 수정하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지각변동이 일어날 때 기회는 반드시 생긴다. 걱정 앞에서 주춤하지 말고 남들보다 빨리 한 발짝 앞서 실행해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앞선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을 이길 수 있는 나라는 현시점에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배터리 소재 기업에 방문할 기회도 있었는데, 공장 자동화는 물론이고 공업용수를 정화한 뒤 상업화하는 리사이클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국내 전구체 생산 업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LS그룹의 변화 방향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조직 안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기술 인재와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신사업에 맞는 인재 채용을 활성화하는 형태로 미래 사업 방향을 짜고 있다.

―LS이링크가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른 계열사 상장 계획은.

▷LS이링크의 기업공개(IPO)는 기업가치를 더욱 높이고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해 해외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LS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올해 안에 프리 IPO를 통해 현금 2600억원을 확보하고 내년 IPO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LS MnM도 2027년까지 IPO를 추진한다.

명노현 부회장

△1961년 인천 출생 △인하대 무역학과 △연세대 국제경영학 석사 △1987년 LS전선 입사 △2015년 LS전선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겸 CFO 부사장 △2018년 LS전선 대표이사 CEO 사장 △2022년 (주)LS CEO 사장 △2023년 (주)LS 대표이사 부회장

[안두원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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