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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24〉 [AC협회장 주간록34] 정글에서 평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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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한국은 벤처 1차 붐을 경험했다. 그때 필자도 2000년 음성인식 기술을 가지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하지만 2001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벤처기업이 무너졌고, 이 과정에서 서윤득 하빈 대표와 이은조 나스카 대표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당시 두 대표 모두 30대 초반이었다. 당시 20대 중반 나이로 같은 학내벤처를 운영했던 서윤겸 선배와 서비스를 협력했던 이은조 선배에게 많은 영감과 조언을 얻고 있었다.

두 기업은 주목받던 벤처기업이었다. 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박사 3년차 과정인 1998년 하빈을 창업해 중소기업청 주최 대학생 창업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학벤처 성공사례로 주목받았다. MP3와 음악CD 재생기능을 동시에 갖춘 'MP3 CD플레이어'로 수출시장을 개척,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나스카는 유럽의 무선 게임 서비스업체인 피코펀에 모바일 게임인 '키스뮤'를 수출했고 이동통신사업자를 통해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앞선 서비스를 보였다. 두 대표 모두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기대를 모았지만, 자금 부족과 투자회수 등 압박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두 선배 창업자의 극단적 선택은 필자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시 벤처 생태계는 마치 정글과 같았다. 정글에서 살아남았지만 마음에는 많은 상처가 남았다. 창업의 꿈이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실감했다. 씨엔티테크를 창업하고 2012년에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이하 AC) 개념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있었고 난 그 매력적인 개념에 빠지게 됐다. 스타트업 기업에 정글이 아닌 평원에서 창업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주체가 AC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엔티테크는 소프트웨어 회사였지만 바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AC 역할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선다. AC는 정글을 평원으로 만드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투자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AC 목표다. AC는 창업자들이 안심하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투자와 보육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AC는 스타트업 생태계 균형을 맞추고,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는 각 스타트업 특성과 필요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그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AC는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 투자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스타트업은 이러한 AC를 통해 실수를 줄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 나간다. 스타트업과 AC는 공생하고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는 존재로서 좋은 AC를 만난 스타트업은 적재적소의 네트워킹, 적절한 시기의 자금조달, 필요한 인프라 지원 및 경영 조언 등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AC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평원 개척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평원에서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서로 돕고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아픔을 교훈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개척하자.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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