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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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 법인이라도 두 회사가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연관성이 있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경우 각각의 회사 직원이 5인 미만이더라도 두 회사 합산 직원이 5명 이상이면,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은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5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행업체인 A사는 2018년 호주 기업에 인수됐다. 계열사로 남아있던 A사는 모기업의 국내 자회사인 B사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2020년 사업 폐지 준비를 이유로 재경팀 직원들을 해고했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할 수 없고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당시 A사 하나만 보면 상시 근로자 숫자가 5명 미만이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해고된 직원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은 각하됐지만, 중노위 재심에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A사의 상시근로자 수에는 B사의 한국영업소 근로자 숫자도 포함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A사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2심 모두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두 회사가 같은 사무실에서 공간 분리 없이 근무하고 동일한 호텔 판매 업무를 했다는 점, 두 회사 간 전환배치가 가능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 해고에 대해선 "A·B사와 통합돼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해고를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사가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두 회사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면서 "두 회사의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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