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유용행위, 보복조치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4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보복조치를 직접 지시한 업체 대표이사 김모씨도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용 에어컨 등을 제조해 국내외 대형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자로, 국내시장의 98% 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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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하이에어코리아는 2016년 웨더 타이트 댐퍼라는 제품 개발에 실패한 후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하도급업체 A사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해왔다. 웨더 타이트 댐퍼는 공기가 선외에서 선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수분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덕트에 설치하는 장비다. 하이에어코리아는 2019년 10월 A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면서 받은 도면을 활용해 유사 제품을 개발, 원가를 절감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A사 도면과 제품 사진을 사용해 결국 유사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A사의 기술자료를 취득 목적과 상관없이 자신의 원가 절감 등 경영상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에 대한 보복조치도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에어코리아가 A사의 기술을 유용한 뒤 A사는 납품이 예정된 D조선업체에서 발주가 진행되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2년 7월 A사가 하이에어코리아 생산 공장에 방문했는데, 현장에서 하이에어코리아가 자신들의 기술을 가로채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A사는 이에 하이에어코리아에 기술유용행위 및 발주를 가로채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거부했다. A사가 그 해 11월 이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하자 하이에어코리아 대표 김모씨는 임직원 및 계열사에 A사와의 거래 일체를 단절하라고 지시했다. 갑작스러운 거래 단절에 대해 A사 뿐 아니라 제3자까지도 사유를 문의하고 거래를 지속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하이에어코리아 측은 ‘경영진 지시’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하이에어코리아가 A사 기술을 경쟁업체에 준 사실도 적발됐다.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로부터 케미컬 필터(선박 방출 매연 선내 유입 막는 장비)를 구매해 조선업체에 납품해 왔는데, 거래 단절 이후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조선업체가 하이에어코리아에 A사의 케미컬필터 납품을 요청하자,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의 케미컬 필터 도면을 A사의 경쟁업체에 제공, 동일 제품을 제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도면을 제공받은 경쟁업체가 하이에어코리아 측의 제안을 도의상 거절했음에도 제품 제조를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이 밖에 △하도급거래 계약서 미교부 71건 △기술자료 요구시 법정 서면 미교부 24건 △기술자료 수령시 비밀유지 미체결 1건 등의 법 위반 사항도 함께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에 더해 부당성이 중대함에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보복조치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에 기술유용 관련 사건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복조치를 직접 지시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히 제재했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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