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경주 가속기 시설…"삼전·하이닉스도 테스트 단골"
"글로벌 기준 맞추려면 출력 2배 뛰어야…시설 확장 지원 절실"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분원 양성자가속기 시설.고주파를 이용해 양성자 빔을 발생시키는 '이온원'에 75m 길이 가속관이 이어진 형태다./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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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스1) 윤주영 기자 = "고성능 반도체일수록 기판 면적당 처리되는 비트 수가 많아 우주방사선과의 충돌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이로 인한 소프트웨어 오류를 견딜 수 있다고 검증받은 반도체는 가치가 일만 배 이상 뜁니다."
이달 8일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분원 양성자가속기 시설에서 만난 이재상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단장이 설명한 오류는 '비트 플립'이다. 지구 자기장을 뚫고 내려온 우주 방사선, 즉 대기 방사선 속 중성자가 반도체 소자와 충돌해 이진법 연산(0,1) 오류를 일으킨다. 최근 전기자동차나 비행체의 원인불명 고장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단장은 "최근 반도체 공정이 3나노(㎚·10억분의 1m) 수준으로 세밀해지면서 오류의 위험성이 드러났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제어 회로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오류가 더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등은 전자부품에 적용할 방사선 영향평가 표준을 마련했다. 첨단 모빌리티, 우주 장비, 드론 등 미래 산업에 고성능 반도체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내방사선 품질을 검증하는 인프라 '양성자가속기' 중요성도 덩달아 커졌다. 양성자가속기는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 전자, 이온 등 전기를 띤 입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다.
여기서 방출된 일정 출력 이상의 양성자 빔은 중성자 충돌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찾는 이유다.
반도체 방사선 충돌 테스트 시설. 가속관 끝에서 방출된 양성자 빔을 저선량부터 서서히 출력을 높여 언제 회로 이상이 생기는지 파아한다./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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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가속기는 고주파를 이용해 양성자 빔을 발생시키는 '이온원'에 75m 길이 가속관을 이어붙인 형태다. 시설에 들어찬 가속관 끝을 따라가면 반도체가 충돌 실험을 겪는 테스트룸이 나타난다.
가속기 최대 출력은 100MeV(백만 전자볼트·양성자의 에너지 단위)인데 저선량부터 출력을 높이면 회로 이상이 생기는 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인프라로는 글로벌 업계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이 단장에 따르면 삼성전자 거래처는 최소 200MeV 출력을 견디는 반도체를 요구한다.
그는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다툼으로 고출력 양성자가속기도 일종의 전략 자산이 됐다"며 "일본, 미국 등이 자국의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자 우리 업체들은 영국, 캐나다를 찾고 있다"고 했다.
원자력연이 2029년까지 가속기 최대 출력을 200MeV로 늘리는 중기 목표를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이 단장은 "부지 내 가속관을 연장해야 하는데 대략 2500억 원 정도가 든다"며 "시간이 늦어질수록 우리 반도체, 우주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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