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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앤디 김, 4년 전 ‘트럼프 징비록’ 다시 꺼냈다… “우리 오만함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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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선 패배 후 침통한 분위기 속 쓴소리

“자신이 모든 답 갖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 너무 많아”

“나가서 대화하고, 귀 기울이고, 우려 해결하자”

조선일보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42·민주)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 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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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4년(2017~2021년)간 대통령으로 일하고 나서도 그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기성 정치인’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 트럼프의 정책과 성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런 우려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감 자체를 압도하지는 못했어요. 지지자들에겐 ‘트럼프는 다르다’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열린 상·하원 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 상원의원(민주당, 뉴저지주)에 선출된 앤디 김(42) 연방 하원 의원이 8일 X(옛 트위터)에 올린 ‘민주당의 반성문’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역구인 뉴저지와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 당선 축하 인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자신이 소속된 정당인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변화를 주문하자는 호소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에 대해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고 ‘현상 유지’에 도전한다는 인식을 주었다. 특히 기성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우리 안의 오만함을 내려놓자” “우리가 모든 답을 가졌다고 여기지 말고 나가서 시민들의 얘기를 듣자”라는 ‘쓴소리’도 했다.

김 의원의 X 게시 글이 대선 패배 후 나온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자아비판’ 이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이 글을 통해 그가 일종의 미 대선판 징비록(조선 시대 유성룡이 임진왜란을 돌아보며 쓴 책)을 썼다는 사실까지 알려졌기 때문이다.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한인 2세로 태어난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2009~2017년)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이후 2018년부터 뉴저지에서 하원의원(임기 2년)에 당선돼 3선까지 성공했다. 그는 2020년 선거 때 지역 내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표를 줘 당선됐지만, 정작 대통령 선거에선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뉴저지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기 때문에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그는 보았다.

당시 대선 승리로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지역구 내 트럼프가 선전(善戰)한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유권자들을 불러 속내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당시 만난 유권자들의 발언은 녹취록으로 만들었다. 이날 X에 올린 분석은 올해 대선 패배 후 당시의 녹취록을 다시 꺼내 읽어본 일종의 ‘소감문’이었다. 그는 2020년부터 민주당이 경각심을 가졌어야 한다며 “정치인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뿌리가 깊은 불만이었다. 기성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이 트럼프에게 (부활을 위한) ‘산소’를 공급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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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민주당의 오만함에 대해 통절하게 반성하면서 “우리 정치에는 너무 많은 오만이 있고, 자신이 모든 답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가서 유권자들과 사려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우려를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4년 전을 돌아보며 이처럼 반성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기민하게 돌아보고 평가하는 것은 필요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쉬운 답안은 없지만, 다름을 이해하고 겸손해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상원 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던 ‘승리 원인’을 분석하는 글도 곁들였다. 한국계로 비주류인 자신이 상원의원에 당선될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유권자들은 개혁과 부패 척결을 중심에 둔 캠페인에 공감했고, 기업 자금이 들어간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선거 자금을 받지 않아 (기업과) 특수 이해관계가 없던 점을 높이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낡고 고착화된 정치와 다르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트럼프의 플레이북(playbook·전술을 담은 책)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내년 1월 6년간의 상원 의원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숨 돌릴 시간은 없지만 이제 일할 준비가 됐다. 이제 일에 착수하자”고 글을 맺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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