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뒤 의도적 추가 음주
성남·부산 등서 유사 사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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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추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범행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 뺑소니를 저지른 후 스스로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까지 했는데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면하게 되자 이를 모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결국 김 씨는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다. 당시 김 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6월 김 씨를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결국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했다.
경찰청 소속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앱에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는 글로 이 같은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김 씨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면하게 되자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김 씨의 행동이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는 이른바 '가이드'가 됐다며 모방 범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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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타기’로 범행 은폐 시도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께 성남시 수정구 성남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2) 씨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B(37) 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그는 체포될 당시 출동한 경찰관에게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거짓 진술하는 등 '술타기'를 시도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빈 술병 등을 경찰에게 보여주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 씨의 이 같은 거짓말은 곧바로 탄로 났다. 경찰은 동선 추적을 통해 A 씨가 사고 전 주점 3곳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정황 증거를 토대로 A 씨를 추궁해 추가 음주 사실이 없는 점을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술에 취해 경황이 없을 법한 상황임에도 '술타기'를 통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며 "다행히 빠른 초동수사로 거짓 진술을 곧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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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타기’ 입증에 어려움 겪기도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는 60대 남성 C 씨가 모는 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D 씨를 치었다. D 씨는 뒤따르던 차량에 재차 치인 뒤 결국 숨졌다.
조치 없이 달아난 C 씨는 같은 날 오후 3시께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C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C 씨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음주운전 사실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전 9시에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1시간여 뒤 반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소주 구매 영수증까지 제시했다.
경찰은 C 씨가 사고 전날 밤 술집을 들른 점 등을 확인하고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사고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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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마크' 인정도 쉽지 않아
다만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 단계에서 인정된 사례는 소수에 그친다.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과 같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대법원 판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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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방지법’ 잇따라 발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0일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였을 때 추가 음주로 측정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지난 6월 18일 '술타기' 행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술타기 관련 처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음주운전 혐의 입증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과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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