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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자백에도 처벌 못해"···'김호중 술타기' 결국 음주사고 가이드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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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뒤 의도적 추가 음주

성남·부산 등서 유사 사례 잇따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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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추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범행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 뺑소니를 저지른 후 스스로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까지 했는데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면하게 되자 이를 모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당시 김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후 김 씨는 매니저를 대신 자수시키고 자신은 경기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피해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마시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결국 김 씨는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다. 당시 김 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6월 김 씨를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결국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했다.

경찰청 소속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앱에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는 글로 이 같은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김 씨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면하게 되자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김 씨의 행동이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는 이른바 '가이드'가 됐다며 모방 범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술타기’로 범행 은폐 시도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께 성남시 수정구 성남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2) 씨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B(37) 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그는 체포될 당시 출동한 경찰관에게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거짓 진술하는 등 '술타기'를 시도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빈 술병 등을 경찰에게 보여주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 씨의 이 같은 거짓말은 곧바로 탄로 났다. 경찰은 동선 추적을 통해 A 씨가 사고 전 주점 3곳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정황 증거를 토대로 A 씨를 추궁해 추가 음주 사실이 없는 점을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술에 취해 경황이 없을 법한 상황임에도 '술타기'를 통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며 "다행히 빠른 초동수사로 거짓 진술을 곧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술타기’ 입증에 어려움 겪기도

반면 '술타기'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는 60대 남성 C 씨가 모는 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D 씨를 치었다. D 씨는 뒤따르던 차량에 재차 치인 뒤 결국 숨졌다.

조치 없이 달아난 C 씨는 같은 날 오후 3시께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C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C 씨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음주운전 사실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전 9시에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1시간여 뒤 반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소주 구매 영수증까지 제시했다.

경찰은 C 씨가 사고 전날 밤 술집을 들른 점 등을 확인하고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사고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위드마크' 인정도 쉽지 않아

음주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위드마크(Widmark)’ 공식이다. 술의 종류와 먹은 양, 몸무게, 성별 등을 토대로 과거 시점의 취한 정도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다만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 단계에서 인정된 사례는 소수에 그친다.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과 같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대법원 판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김호중 방지법’ 잇따라 발의

이처럼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속칭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0일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였을 때 추가 음주로 측정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지난 6월 18일 '술타기' 행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술타기 관련 처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음주운전 혐의 입증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과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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