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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의사 실력 갖춘 AI 개발… 사우디-베트남까지 진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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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내시경으로 해외시장까지 개척한 웨이센

컴퓨터 비전 전공한 IT기술자 출신

내시경 영상 병변 분석 AI 개발… 10년차 의사보다 위암 깊이 잘 예상

“한국의 의료데이터 매우 우수… AI의 세계 시장 성공 가능성 높아”

동아일보

김경남 웨이센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내시경이 대장의 병변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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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때 위나 대장 내시경을 받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의사가 혹시 병변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는데, 검사 대상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가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웨이센은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AI) 기기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의료 분야에는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분석하는 데 AI가 먼저 활용됐다.

웨이센은 이런 분야와는 달리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CT 등의 경우에는 의사들이 촬영 화면을 두고 협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위·대장 내시경은 내시경이 한 번 지나가는 짧은 시간에 의사 혼자서 병변을 바로 판단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경남 웨이센 대표이사(57)는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시경 검사 때 병변을 놓치는 비율이 21%나 된다는 논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료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이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 의료진의 눈이 되는 AI

웨이센이 개발한 ‘웨이메드 엔도’는 위·대장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병변을 감지한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지현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개발했다.

기존의 모든 내시경 장비에 연결해 적용할 수 있다. 웨이센은 실시간 영상에서 병변을 감지하는 AI를 경량화해 네트워크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는 네트워크 연결 상태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진단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에지) 형태로 개발했다”고 했다.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 동영상 분석 능력이다. 기존의 진단 보조 AI가 엑스레이나 CT 등 정지된 이미지를 분석했던 것과 달리 내시경의 동영상을 보며 사람은 놓칠 수도 있는 병변을 찾는 것이다.

내시경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의 눈은 굉장히 예민하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동영상에서 병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런 특성 때문에 시간 지연 없이 병변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 비전을 연구해 온 덕분에 실시간 동영상 처리의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웨이센은 특히 AI를 병변 탐지와 유형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복합 특성 분석 모델로 개발했다. 김 대표는 “AI 모델이 병변의 유형까지 분석해 내는 기술은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웨이메드 엔도는 강릉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30여 의료기관이 도입했다. 의료진의 피로도나 숙련도에 관계없이 일관된 성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의사가 내시경으로 검사를 할 때 AI도 같이 검사를 한다. 병변을 발견하면 알람을 통해 알려준다. 의사가 병변을 지나쳤더라도 그 자리로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병변 주변을 찍은 이미지도 보여 준다”고 했다.

김지현 연구팀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웨이메드 엔도는 조기 위암의 침범 깊이를 예측하는 성능(AUC 0.961)이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내시경 전문의(AUC 0.7368)보다 우수하다. AUC 값이 0.961이면, 무작위로 선택된 양성(암 병변)과 음성(비암 병변) 사례를 구분할 때 약 96.1%의 확률로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 “AI 미도입 의료 분야부터 개척”

김 대표는 2019년 웨이센을 설립했다. 그는 KAIST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컴퓨터 비전을 전공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사회생활은 삼성전자와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인프라웨어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모바일 오피스로 성공을 거둔 인프라웨어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인프라웨어가 인수합병한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기업 셀바스AI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다.

김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그는 셀바스AI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AI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탐색했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와 메디컬 AI 분야가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고민하면서, 우리나라의 양질의 의료 데이터와 관리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5000만 명 인구에 대한 의료 자료가 디지털화돼 축적돼 있어 AI 기술을 적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AI로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려면 양질의 데이터가 있는 의료 분야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에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루닛 같은 회사는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있었다”며 “의료진들과의 대화에서 내시경 검사 때 병변을 놓치는 것이 그들의 고민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실시간 의료 동영상 분석에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틈새 시장부터 공략해 신뢰를 얻은 뒤 다른 의료 분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 “중동-동남아 진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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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열린 아랍헬스 전시회에 참여한 웨이센. 한국의 의료 장비와 기술에 관심이 많은 중동 시장을 개척 중이다. 웨이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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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센은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병원그룹 메가마인드와 웨이메드 엔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메가마인드는 사우디에서 11개의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 큰 병원그룹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동의 다른 병원들로도 솔루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실증 사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중동과 동남아는 한국의 의료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 기술에 관심이 많은 시장”이라며 “베트남과 태국 등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중동은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AI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센은 내시경 분야를 넘어 AI 헬스케어 시장 전체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흡기 건강 자가 점검 앱 ‘웨이메드 코프’가 초기 사업화 단계에 있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기침 소리를 관리하는 앱이다.

기침 소리를 분석해 병원을 찾아야 할 적절한 때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등의 기능이 있다. 공황장애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 시험 중에 있는데,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지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해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식품 알레르기 디지털 치료제와 복부 초음파 진단 보조 솔루션, 폐암 진단용 초음파 내시경(EBUS) 솔루션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예방과 진단, 치료 등 의료 행위의 전 주기에 AI 기술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메디테크 전문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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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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