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한번꼴 ‘일방 주장’ 내보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여하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 등을 받는 명태균씨가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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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8일 명태균씨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 계획을 자기가 제안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연락하며 대선과 국정에 개입했다면서 지난달 31일, 지난 5일과 6일 등 이틀에 한 번꼴로 명씨 관련 녹음을 공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통화 녹음은 지난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명씨가 지인과 통화한 내용이다. 통화 녹음에서 명씨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했다. 명씨는 그러면서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명씨 제안에 따라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2022년 1월 초 대선 공약으로 최초 논의됐고 제반 사항을 검토해 1월 27일 공약으로 공식 발표됐다”며 “대선 이후 자신의 무속적 조언에 따라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다는 명씨 주장은 허언(虛言)에 불과하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가짜 뉴스 생산·유포를 중단하라”고 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음엔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대목도 담겼다. 명씨는 “(김 여사에게)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요?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 근데 3월 9일(대통령 선거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지. (김 여사가) 왜 그러냐고 그래서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 (되고 꽃)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성득) 교수가 전화 왔어. ‘진짜 하루 이틀 지났으면 (대선에서) 졌겠다야’ 그랬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 당선 이유를 무속으로 설명한 것”이라며 “국정에 무속이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명씨가 이재명 대표 이름에 꽃이 들어 있다며 꽃 피기 전후 당선이 갈릴 것이란 취지의 말을 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나는 ‘제발 점쟁이 같은 소리 좀 그만해라’라고 했었다”고 했다.
한편 명씨는 이날 창원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명씨는 오전 검찰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제 언행이 경솔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명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회계담당자인 강혜경씨를 통해 금품을 받았는지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씨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9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를 수사 중이다. 명씨는 “강씨에게 빌려준 6000만원을 돌려받은 것일 뿐, 공천 대가가 아니다”라고 했고, 나머지 3000여 만원도 “내가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예비 후보 2명에게 공천을 미끼로 2억4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명씨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는 오후 6시쯤 끝났다. 명씨가 무릎 통증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조사 후 명씨는 “언론과 강혜경을 통해 나온 거짓의 산이 무너질 거다”라고 말했다. 명씨는 9일 오전 9시 30분 다시 출석하기로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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