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총학생회 나란이 내건 공학 전환 철회 촉구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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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가 “절대 반대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인구 급감 속에 여학생만 모집하는 여대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동덕여대는 지난달 말 본부 차원에서 대학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학령 인구 감소로 앞으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남녀공학 전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안건은 아니고 회의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라며 “회의 내용이 학생들에게 유출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 본부가 공식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 데도 학생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동덕여대의 근간인 여성을 위협하는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반대 연대 서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는 1908년 조동식 박사가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 입국’을 내세우며 설립한 고등학교 동원여자의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26년 조 박사 등이 재단 동덕여학단(현 동덕학원)을 설립하고 1950년 동덕여대를 개교했다. 남녀 공학 전환이 실제로 추진되면, 74년 여대 역사가 막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여대 재학생들과 동문회들의 반발로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현재 전국 4년제 여대는 이화·숙명·성신·동덕·덕성·서울·광주여대 등 7곳이다. 모두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다. 학령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15년 넘게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이어져 여대 재정 상황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이에 몇몇 여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1996년 상명여대가 남녀공학인 상명대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학생과 동문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대학도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 2015년 취임한 이원복 전 총장이 “성(性)을 뛰어넘은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지만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무산됐다. 숙명여대도 2015년 일반대학원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동문회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추진을 보류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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