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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화)

[사설] 무책임하고 단선적인 李대표 외교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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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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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트럼프 집권 2기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도모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며 나온 말이다. 첫 집권 때처럼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과 만나 이벤트를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대표에게 묻고 싶은 점은 그런 이벤트에서 한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느냐다.

집권 1기 트럼프는 김정은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국내용 정치 이벤트 성격이 짙었다.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직후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했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묵인했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이런 이벤트를 벌인다면 미국민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민의 안보를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트럼프가 늘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가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이 오면 이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핵 없는 한국이 핵을 가진 북한, 중국, 러시아에 무방비로 둘러싸여도 당장 포성만 들리지 않으면 ‘평화’라 주장하며 좋아할 건가.

이 대표는 이날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면서 우리 정부에 외교 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도 촉구했다. 세계가 “무한 경쟁 시대”에 들어섰다며 “국익 우선 실용 외교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간 이 대표가 말해 온 ‘실용 외교’란 무엇인가. 그는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파병한 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이 현대 실전 경험을 얻고, 러시아가 북한 파병 대가로 북한에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기술을 줘도 ‘남의 전쟁’인가. 북한이 그 무기와 경험, 기술을 누구에게 쓰겠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그 표적의 예외라고 생각하나.

이 대표는 지난 3월엔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며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럴 줄 몰라서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나. 그들이 국익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택 기로에서 고민하고 결단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의 외교 정책 1순위는 ‘중국 봉쇄’다. 중국 제품에 관세를 60% 부과하고, 시진핑이 대만 침공을 한다면 150~200%로 올리겠다고 했다. 한국에도 중국 견제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통령과 처음 통화하면서 이미 군함 건조·수리 협력을 요청했다. 이 상황에서 이 대표는 중국에도 셰셰, 미국에도 셰셰 하겠나. 그게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국회를 장악한 정당 대표이고, 다음 대선에 나서겠다는 대표라면 보통 야당 대표와는 달라야 한다. 특히 국내 정치가 아닌 외교 안보에서는 단선적이고 무책임한 정쟁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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