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토막 살인' 군 장교, 여성 목소리로 '미귀가 신고' 취소 요청

피해자 어머니, 참변 다음날 미귀가 신고

육군 장교, 경찰 연락오자 피해자인 척 여성 목소리

"고속도로라 연락 어려워…신고 취소해달라"

연합뉴스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해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뒤 강원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30대 현역 장교가 범행 후 피해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피해자 측의 미귀가 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육군 장교 A(38)씨가 범행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피해자인 30대 여성 군무원 B씨인 척 목소리를 흉내 내며 경찰과 통화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사는 B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6일 오전 8시40분쯤 B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미귀가 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은 B씨 휴대전화로 등기 문자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 있었다.

A씨는 미귀가 신고가 이뤄진 지 4시간이 지난 12시40분쯤 경찰에 직접 보이스톡을 걸어 여자 목소리로 B씨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를 말하는 등 B씨인 척 행세했다. 이에 경찰이 보이스톡이 아닌 전화로 통화해야 한다고 하자 A씨는 112에 전화해 다시금 피해자인 척 "고속도로라 연락이 어렵다"며 "(미귀가) 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112상황 접수 경찰은 전화를 건 사람이 남자임을 인지했다. 당시 시스템상 해당 전화의 발신자 성별은 남성으로 표기됐다.

다만 미귀가 신고된 피해자의 성별과 다르다는 점은 조치 과정에서 인지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상한 대목을 제 때 포착했다면 범인 추적이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관악서는 B씨의 어머니에게 "피해자와 전화 연결은 됐지만 대면해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직장(군대)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딸의 직장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어머니는 신고를 취소했다고 한다.

이후 B씨의 시신은 지난 2일 강원 화천 북한강변에서 발견됐다.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 진급 예정자인 A씨는 지난 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 과천의 군 부대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에서 B씨를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옷가지로 시신을 덮어둔 뒤 같은 날 저녁 인근 공사장에서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평소 지리를 잘 알고 있던 화천군 북한강 일대에 사체를 돌덩이를 담은 비닐에 넣어 유기했다. A씨는 10여 년 전 화천의 한 군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임기제 군무원으로 평소 A씨와 친분이 깊었던 사이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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