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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필동정담] 이방카 대신 트럼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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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는 만삭의 몸으로 유세장을 돌며 아버지 지지를 호소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그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으며 트럼프의 오른팔로 부상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 '퍼스트도터'로 불렸다. 2019년 5월에는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만남에 동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랬던 이방카는 2021년 1월 트럼프 퇴임 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고,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그는 '트럼프와의 불화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선 승리 선언식에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정장을 입고 등장해 온갖 억측을 낳고 있다.

이방카를 대신해 핵심 실세로 떠오르는 이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다. '퍼스트선'의 부상이다. 그는 J 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하면서 '킹메이커'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무소속 대선후보로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재선 실패 후 제기한 '부정선거론'을 옹호한 데다 대선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열렬한 신봉자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버지와 이념적으로도 완전히 동조하는 트럼프 주니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할 '1위 대리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일찌감치 새 정부 인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7일에는 "대통령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인물로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며 인사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문고리 권력'이 장녀에서 장남으로 넘어가며 트럼프가(家)의 역학구도가 바뀐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패밀리 비즈니스'로 여기는 인식은 그대로인 것 같다. 트럼프는 1기 때도 가족에게 비대한 권한을 줘 '네포티즘(족벌정치)'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런 상황이 재연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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