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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이 예상됐던 미국 대통령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가자 불확실성이 빠르게 사라졌다는 것을 주식시장이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 미국 방산과 국내 조선주 투자자들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빅테크 중 트럼프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다시 투자금이 몰리는 반면,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메타에선 돈이 빠지고 있다.
국내에선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의 '머니무브'로 인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반기 머니쇼에 나서는 '4대 주식 고수'들은 "트럼프와 금리 인하라는 투톱 변수를 고려해 포트폴리오 내 종목 교체를 적절히 하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는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막하는 서울머니쇼 플러스에 앞서 이들은 트럼프 수혜주와 저평가 종목을 분석했다. 다만 한 종목에 올인하기보다는 업종별로 다양하게 분산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고평가된 종목 비중을 줄이고, 머니쇼 플러스에서 강조할 저평가된 종목을 더 담을 것을 조언했다. 지난 6일 매일경제가 사전 인터뷰한 4대 주식 분야 연사는 염승환 LS증권 이사,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백찬규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주식전략팀장이다.
투자 성향을 축구 포지션으로 비유하면 염 이사와 유 본부장은 공격수, 박 위원과 백 팀장은 미드필더에 가깝다. 투자 선호 지역으로 보면 염 이사와 박 위원은 국내파이며 유 본부장과 백 팀장은 해외파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성향에 맞춰 자신의 주식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4대 연사는 모두 최근 투자 환경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고 봤다. 염 이사는 "경기 호조와 물가 안정, 금리 인하라는 어색한 만남이 최근 주식시장에 최고의 조합이 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로 절대적 저평가로, 하락 위험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 역시 지금부터 투자한다면 국내 증시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시장은 금투세 폐지, 밸류업과 행동주의 모멘텀으로 하방 경직이 확고하다"며 "고질적인 저평가와 과소 배당 이슈가 해소되면서 상장사의 주가가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로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금투세가 저지된 것이 국내 증시가 변모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는 뜻이다.
이들의 의견은 '역발상 투자'에 가깝다. 국내 코스피는 올해 들어 11월 5일까지 3.5% 하락한 반면 미국 S&P500지수는 20.5%나 올랐다. 향후 증시가 미국 일변도로 흐르지 않고, 국내처럼 저평가된 증시가 시소의 다른 쪽처럼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담겨 있는 것. 유 본부장은 여전히 미국이 좋을 것이란 의견을 고수했다. 인공지능(AI)을 전략적 무기로 삼고 있는 미국을 당할 곳은 없다는 논리다.
유 본부장은 "지금까지 투자 데이터를 활용해보니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이기는 시기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통해 미국 증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높은 가계부채비율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며 금투세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포트폴리오에 담을 업종으로는 AI를 위시한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로 꼽혔다. 삼성전자에 대한 위기론이 팽배하지만 저평가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사기 좋은 주식은 삼성전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심지어 해외 주식을 주로 추천하는 백 팀장의 얘기다. 그는 "실적 대비 주가로 봤을 때 저평가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라면서 "PBR 1배 전후의 현 주가는 과거 미·중 무역전쟁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염 이사는 부담 없이 투자할 만한 국내 종목으로 삼성전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일반(범용) 수요는 감소했는데 고부가가치 AI용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이 상승세다.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새 20% 증가한 2249억원을 기록했다.
염 이사는 "전기차 등 자율주행차와 같은 전자장치 수요가 늘면서 MLCC 매출이 꾸준한데도 주가는 삼성전자와 연동돼 극단적 저평가"라고 진단했다. 삼성전기의 향후 12개월 예상 기준 PER은 12.8배(에프앤가이드 기준)다.
박 위원은 또 다른 삼성그룹 상장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추천했다. 그는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미국 생물보안법과 함께 삼성바이오는 5공장 준공으로 수주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은 바이오 업종의 대표적 호재"라고 말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업체들이 미국 내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수순이어서 삼성바이오의 독점성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올 들어 삼성바이오 주가는 27%가량 올랐다.
트럼프가 자국 기업 보호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수혜주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 이사의 최근 추천 리스트에는 인텔리안테크와 동성화인텍이 올라와 있었다. 인텔리안테크는 저궤도 위성 안테나 생산 업체로, 미국 우주사업에도 요긴하게 쓰일 예정이다. 염 이사는 "트럼프가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우주사업을 키우려 하고, 머스크가 '스페이스X' 등 우주사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두 사람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텔리안테크는 미군용 위성통신 안테나를 생산하며 아마존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협력사로도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염 이사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 조선업이 당분간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명한 선박 회사들의 주가는 실적 대비 이미 많이 올라 동성화인텍처럼 저평가된 '숨은 관련주'를 찾는 게 낫다고도 말했다.
동성화인텍은 LNG 보랭재 전문 업체다. 이 상장사가 만드는 제품은 LNG를 운반하는 선박 탱크 안에 들어가 초저온을 유지해준다.
염 이사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효율성이 핵심이어서 LNG 프로젝트 투자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LNG 운반선 수요 확대로 인한 조선과 건설 사업의 동반 수주 증가로 동성화인텍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동성화인텍의 향후 1년 예상 순익 기준 PER은 6배 수준이다.
이번 머니쇼에선 저평가 우량 종목들을 묶어놓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소개될 예정이다. 2022년 이후 백 팀장의 넘버원 추천 ETF는 미국의 'MOAT'다.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갖춘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선별 투자하는 ETF다. 지난 5일 기준 마켓액세스홀딩스,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업종 내 독점성을 갖춘 주식들을 담고 있다.
유 본부장은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중심으로 연관성이 높은 국내 종목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포함된 SK하이닉스와 자율주행 업종 내 저평가된 기아는 다른 국내 종목과 달리 투자 리스크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발 리스크에 투자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백 팀장은 "미국 방위산업 주요 기업 중 노스럽그러먼(NOC)은 글로벌 방위비 증가와 우주항공 방산화 등으로 미래 실적이 긍정적이어서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하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원자력발전 관련주로서 배당도 주는 한전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전기술은 4분기 이익 전망이 10% 상향 조정돼 화제를 모았다. 박 위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따른 장기적인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 전망이 좋으나 올 들어 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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