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틀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한 연설을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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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바이든의 오만 때문이다.”(전 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민주당 의원의 선임 보좌관 짐 맨리)
주요 경합주를 모두 내주며 예상 밖 참패를 당한 민주당 내에서 거센 책임공방이 시작됐다. 백가쟁명식 논쟁 중에서도 대체로 의견이 모이는 지점은 ‘바이든 책임론’이다.
백악관 “전세계 집권세력 다 참패했다”…“출마 말았어야”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패배 책임과 관련해 ‘코로나19 책임론’으로 해석될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세계적 역풍이 불었다”며 “전세계 여러 집권세력이 정치적 비용을 치렀다. 우리가 이틀 전 본 것을 전세계 집권세력에 일어난 일과 비교하면 특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민주당 내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이 애당초 출마하지 않았어야 했고, 시간을 끌다 사퇴 시기도 놓쳐 구원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패배로 내몰았다는 시각이 오히려 많다.
폴리티코는 전날 12명의 정부 및 당 관계자 인터뷰를 소개하며 이들이 “고령, 정신적 명민함에 대한 대중의 의문, 인기 없음 등으로 인해 바이든이 당을 아주 불리한 상황에 몰아넣었다. (출마를 고집해) 당은 유권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후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짐 맨리는 바이든이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퇴 타이밍도 놓쳐) 그가 물러나기로 결심했을 땐 이미 해리스가 승리 전략을 세우기에는 너무 적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며 “지금은 사려 깊게 비판할 때가 아니며 누구의 감정을 걱정할 때도 아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이 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전 고문인 마크 롱고보도 “바이든이 더 일찍 물러나 당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해야 했다”며 “해리스는 주어진 힘든 여건 속에서 훌륭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출마를 막지 못한 당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해리스의 한 참모는 엔비시(NBC) 뉴스에 “바이든은 80살이다. 한 번의 임기만 수행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지난해 이맘때 바이든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당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엔비시는 “많은 민주당원은 바이든이 더 일찍 물러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서도, 그의 출마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애초에 당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해리스에게 ‘바이든 충성’ 강요했다”
해리스 캠프를 이끈 바이든 캠프 출신 인사를 향한 비난도 거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페인을 거쳐 2020년 바이든 대선 캠페인을 총괄했던 해리스 선거캠프 위원장 젠 오말리 딜런이 그 주인공이다. 해리스 캠프 고위 인사 3명은 엔비시에 ‘딜런이 해리스에게 바이든에게 충성하라고 요구하는 등 선 긋기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로 인해 ‘당신이 대통령이었다면 바이든과 다르게 했을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해리스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논의는 세대교체론으로 이어졌다. 한 민주당원은 엔비시에 “오바마와 그의 천재들이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그들은 뒤처졌고 미국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당 주류 세력이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오랫동안 활동해 온 참모들과 고령의 지도자들은 솔직히 물러나야 한다. 더 많은 비전과 영감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민주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편된 유권자 지형을 감안해 당의 포지션부터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니키 부친스키 연방하원 의원은 엔비시에 “미국 유권자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더이상 중도좌파가 아니다. 당은 이를 파악하고 다시 입지를 다져나가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듣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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