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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트럼프 대선 때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되죠. 이번엔 해리스, 트럼프 모두 당선 가능성을 두고 준비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투표일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22곳 중 20곳이 힐러리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
힐러리의 당선을 예상하고, 민주당 측 인사와 접촉하며 대미 통상 전략을 짠 산업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그때의 충격이 약이 됐을까. 산업부는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올인(all-in)’ 대신 ‘나누기(division)’ 전략을 택했다. 산업부는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미국 통상을 담당하는 미주통상과뿐만 아니라 철강세라믹과, 반도체과, 자동차과 등 산업부 핵심 부서는 지난달부터 용산 대통령실에 후보자별 산업정책 대응 전략을 보고했다.
철강과는 트럼프 당선 시 ‘철강 수출 쿼터 유지·확대’, 해리스 당선 시 ‘친환경 철강 전환’이 정책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했다. 자동차과는 ‘트럼프=가솔린차’, ‘해리스=전기차’에 맞춰 정책 지원 계획을 짜겠다고 했다. 반도체과는 대선 결과에 따른 미·중 칩워(반도체 패권 경쟁) 양상 전망과 함께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보고했다.
‘바이든 vs 트럼프’ 대결 국면에선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시됐지만, 민주당 후보가 해리스로 바뀐 뒤 선거전은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해리스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승률을 56:43으로 예측했고, CNN과 워싱턴포스트도 해리스의 승리를 전망했다.
결과는 ‘트럼프의 귀환(Again Trump)’이었다. 2016년 미 대선의 재현이었다. 하지만 산업부 내부의 반응은 2016년과 달랐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해리스가 우세하다는 여론 속에서도 트럼프 측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을 필두로 미국 공화당 상원·하원의원들을 챙겼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했을 땐 대통령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불확실성의 아이콘’ 트럼프의 귀환이다. 지난 1기 집권 때,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트위터(지금의 X)로 정책을 갑자기 발표했다. 그때마다 산업부는 진땀을 빼며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국내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장 관세 전쟁부터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우선주의’에 따른 제조업 리쇼어링 압박도 부담이다. 중국 견제로 우리의 수출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트럼프 당선인은 정치인 면모와 함께 사업가적 면모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변화하는 불확실한 통상환경 속에서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얻을지라는 단순한 주고받기를 넘어서 섬세한 비즈니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업정책 전환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X에 올린 트럼프의 글을 보고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선 안 된다.
세종=이신혜 기자(shi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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