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할머니가 7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 예닌 근처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 위에 앉아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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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테러를 저지르면 가족까지 추방하는 연좌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시민단체에선 “위헌 법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는 7일(현지시각) 테러 공격자로 선고되면 가족을 가자지구나 다른 곳으로 추방할 수 있는 법안을 찬성 61표 대 반대 41표로 통과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법안은 베냐민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제안해 밀어붙였다.
법 적용대상에는 이스라엘 시민권자도 포함되며, 추방되는 가족의 범위는 부모와 형제·자매, 아들·딸이다. 법에 따르면 정부는 테러범의 가족으로 평소 테러를 알고 경찰에 미리 신고하지 않았거나 테러 행위를 지지한 사람을 추방할 수 있다. 또 테러단체와 테러행위를 찬양하거나 동정하거나 격려한 사람의 가족도 추방 대상에 포함된다. 추방은 내무장관의 명령으로 실시된다.
법은 과거 우리나라 독재시절 적용됐다가 민주화 이후 폐지된 퇴행적인 연좌제를 연상케 하는 집단 처벌이어서,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는 “위헌 법률”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스라엘 의회 심의에선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권자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야당 의원은 1994년 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암살범 유대 극단주의자 이갈 아미르를 가리키며 “그의 가족이 추방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한때 테러집단을 지지하고 폭력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벤그비르의 가족도 추방되느냐”고 되물었다.
이스라엘 정치평론가 아흘리나 샤인들린은 “이 법으로 유대계 이스라엘인이 추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법이 아랍계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언어 관행에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은 테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정부기구인 ‘이스라엘 시민권연합’의 이데드 펠러는 “포퓰리스트의 비상식”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내무장관이 이스라엘 시민을 다른 나라나 가자 지구로 추방할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에란 샤미르 보레는 “완전히 반헌법적이며 이스라엘의 핵심 가치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시민권자의 20%는 팔레스타인계이다. 이들은 투표권이 있는 등 법적 권리가 있지만, 실제 생활에선 광범하게 차별받고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에 친척을 두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처지를 동정하고 이들의 활동에 공감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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