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두 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A씨가 지난해 6월 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년생 자녀 두 명을 모두 출산 다음 날 살해하고, 그 시신을 자택 냉장고에 숨겨왔던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에게 징역 8년이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엔 살인죄, 시체은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딸과 아들을 병원에서 출산하고 바로 다음 날 경기 수원시 자택이나 집 근처 골목에서 목 졸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렇게 살해한 자녀들의 시신은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집 부엌 냉장고 냉동 칸 서랍에 숨겨뒀다.
비정한 범행은 '미등록 아동' 감사를 계기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2,123명의 사례를 파악하고 지난해 5월 보건당국에 통보했다. 이를 전달받은 수원시의 현장조사를 A씨가 거부하면서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A씨는 범죄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출산 이튿날 범행한 점'을 이유로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낮은 영아살해죄가 의율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개정 전 형법에 따르면,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에 적용된다. 영아 사망률이 높고 영아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규정이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만 직후가 아닌 다음 날 범행에 이른 점, 살해 전 세 자녀들을 친정에 맡겨놓은 점 등을 보면 A씨가 분만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자녀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이미 세 자녀를 기르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 점을 참작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적어도 불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대안이 존재했다"면서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 결론에 수긍하고 A씨의 항소와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감사원 결과에서 파악된 미등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보건당국은 2,123명 중 12%에 해당하는 249명의 아동이 병사 또는 범죄에 연루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컸던 영아살해죄는 지난해 8월 8일 자로 폐지됐으며, 위기임산부의 가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도'가 시행됐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