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배에 탄 금성호 항해사는 응급치료 후 다시 사고 현장으로
8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비양도 침몰 어선 구조 작업을 벌인 인근 선단 30대 선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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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이 '배가 뒤집어졌다'고 해서 보니 수면 위로 프로펠러만 보이고 그 위에 12명이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있었어요."
8일 새벽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135금성호가 침몰하자 선원들을 구조한 인근 선박의 10년차 항해사 박모씨(30대)는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배 뒷부분 프로펠러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고 나니까 배가 가라앉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 한림항에 설치된 소방당국 통합지휘소에서 만난 박씨는 사고 당시 135금성호와 같은 선단에서 어선을 줄로 끌어당기는 선박에 타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선장으로부터 '금성호가 뒤집어졌다'는 말을 듣고 선원 8명과 함께 구조에 나섰다.
박씨는 "(전복이) 1분도 안 돼서 벌어진 상황 같다"며 "시야 확보가 잘 안됐는데 구명 도구를 바다로 던져서 선원 2명이 줄을 잡으면 당겼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배 프로펠러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구조하고 물 위에 떠 있는 2명을 구조했는데 심정지 상태였다"며 "(그 외에) 물에 빠진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이들이 추가로 구조한 2명은 50대 한국인 선원들로 파악됐다. 이들은 당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또 구조 과정에서 135금성호 항해사 이모씨(40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금성호 항해사가 사람들을 다 구조했다"며 "사람들을 전부 구명정 안에 태워 보내고 마지막에 저희 배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제주서부보건소에 따르면 구조된 금성호 항해사 이씨는 보건소에서 응급조치를 마친 뒤 병원에 가지 않고 다시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 상황을 알고 있으니 구조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금성호 선원들은 대부분 부산이나 통영 사람들"이라며 "선장과 선원들 모두 30~40년 배를 타면서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상황이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라며 "아직 못 찾은 사람들도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바라본 해상. /사진=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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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4시33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부산 선적 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인근 어선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해경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금성호 승선원 총 27명 중 한국인이 16명,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은 11명으로 확인됐다. 실종 선원은 한국인 10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등 총 12명이다.
한국인 6명과 인도네시아인 9명 등 선원 15명은 인근 선단에 의해 구조됐다. 이 중 한국인 선원 50대 남성 2명은 심정지 상태로 제주시 한림항을 거쳐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현장에 복귀해 구조에 나서겠다고 밝힌 항해사 이씨를 제외하고 그 밖에 구조된 12명은 두통, 오한 등 경상자로 제주한마음병원과 제주중앙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 중 3명은 오전 9시30분 기준 병원 진료를 받는 중이며 9명은 보건소로 옮겨졌다.
금성호는 전날 오전 11시49분쯤 서귀포항에서 출항해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고등어 잡이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해경은 선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금성호가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기던 중 선체가 갑자기 기울어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신고 접수 후 22분 뒤인 같은 날 새벽 4시55분에 현장에 도착한 후 약 7시간째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 함정 18척과 항공기 4대, 제주해경청 특공대와 제주해경서 구조대, 해군 함정 3척, 항공기 1대, 공군 항공기 1대, 어업지도선 2척, 민간 어선 13척이 현장에 투입됐다.
8일 오전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27명이 탑승한 금성호가 침몰한 가운데 해경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해양경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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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제주=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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