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IG넥스원과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는 지난 5일 천궁-Ⅱ의 원활한 생산 등 이라크 수출에 동의하는 것을 골자로 합의했다. 세 회사 간 갈등은 계약 주체인 LIG넥스원이 지난 9월 협력업체인 한화에어로 등과 가격이나 납기 등 협의 없이 이라크와 포괄적 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당시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가격과 납품 일정 등도 전달하지 않아 조기 납품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천궁 Ⅱ 사격 이미지. /LIG넥스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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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회사는 수출이란 큰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가격이나 납기 등에 관해서는 추가로 협상해야 한다. LIG넥스원과 한화 측은 예정대로 천궁-Ⅱ를 생산하면서 내년 2월까지 가격, 납기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양측의 합의 과정을 잘 아는 방산업계 관계자는 “단가 등 비용 협상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단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수출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궁-Ⅱ는 LIG넥스원이 체계종합기업으로 미사일과 체계종합 등을 담당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와 차량을, 한화시스템은 레이더를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라크 수출 가격 협상이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천궁-Ⅱ 수출 당시 비율과 유사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수출에서는 LIG넥스원이 총괄 계약을 맺었고, 이후 한화시스템과 1조2000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다. 이는 전체 수출액의 28%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와는 아직 납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2022년 UAE 수출 당시에는 생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각각 UAE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규모는 LIG넥스원 2조6000억원(약 61%), 한화시스템 약 1조3000억원(30%), 한화에어로 약 3900억원(약 9%)이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및 양산한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이미지. /한화시스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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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은 이라크 수출분을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 한화에어로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시스템도 마찬가지지만, 한화에어로 역시 이라크 천궁-Ⅱ 양산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협의가 원활하게 마무리되면서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도 이라크 수출 내용을 수주잔고 등에 포함할 전망이다. 이라크 수주부터 방산기업 3사와 원팀을 이뤘던 방위사업청은 이번 갈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지난달 24일에는 3사 협조회의를 개최해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김지환 기자 (jh@chosunbiz.com);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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