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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1심 이어 2심도 국가 배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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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 책임해야 한다는 판단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33부(김대웅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지난 1월 31일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피고는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7500만~4억 원씩 총 45억3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국가로부터 사과받고 합당한 배상금을 수령한 뒤 아픈 기억을 잊고 싶다"며 "국가가 상고한다면 시간 끌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프레시안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가 11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손해배상 소송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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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한정석)는 지난해 12월 21일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롤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이 청구한 총 배상금 203억여 원 중 145억 8000만 원이 인정된 셈이다. 해당 소송은 형제복지원 관련 손배 중 최대 규모이며, 해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이후 처음으로 국가 책임이 인정된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정부의) 부랑인 훈령은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위법하다"고 했다.

해당 사건 역시 원고와 피고 양측이 모두 항소한 상태로, 항소심 판단이 연이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찰과 공무원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에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키거나 집단 구타한, 현대사의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정부는 1975년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 등에 관한 지침'(훈령)을 만들어 부랑인을 단속했으며, 주로 노숙자·청소년·장애인 등이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75~1988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57명이다.

한편, 지난 9월 피해자 중 한 명인 서상열 씨가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서 씨는 1986년 부산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잠이 든 뒤 공안원 직원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설에서 나온 뒤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려 상담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 씨보다 한 달 앞서 사망한 김대우 씨는 세 차례나 형제복지원에 수용됐으며, 사망 전까지 식도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그는 생전에 형제복지원에서 온갖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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