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국제포럼 개최
'국민통합과 화해 전환을 위한 길'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 발제
신복룡 교수 "친일파 아닌 사람은 화전민이나 노예였을 것"
국제사회 전문가 "망각 아닌 '기억의 의무'로 전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과거사 진실규명 성과 공유를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박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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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주도로 7일 열린 '과거사 진실규명 성과 공유를 위한 국제포럼'에서 한국 발제자로 나선 인사가 "망각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우리는 망국의 문제를 친일파 몇 사람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핵심을 희석하고 있다"는 논란성 발언을 내놨다.
친일파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으로, 해당 인사는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가 아닌 사람은 화전민이나 노예였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는 폴란드,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국가의 과거사 진실규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기억'과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발제자로 나선 신복룡 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는 오히려 '망각'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신 전 교수는 "한국의 항일 민족주의자들에게 묻는데, 3대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 그리고 그의 3족 처가까지 합해서 9족 속에 친일파 없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며 "친일파가 아닌 사람은 화전민이었거나 노예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일) 당사자 또는 그 후손은 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용서하고 여건이 좋아진 다음에 잊으면서 더불어 사는 '망각'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일파의 공소시효가 없다는 얘기는 맞는 말"이라며 "친일 대가로 받은 모든 반대급부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좌제를 폐지해야 한다. 박정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이 시대가 박정희를 공격하는 것은 타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권위주의 정책을 비난해야지 그의 친일을 가지고 따진다는 것은 육군 중위가 친일을 했으면 무슨 친일을 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신 교수는 "국가 흥망은 필부 유책"이라며 "한 나라가 멸망한다는 건 갑남을녀까지 다 책임이 있는 건데 우리는 망국의 문제를 친일파 몇 사람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핵심을 희석하고 있다"고 했다.
포럼에는 국내외 학계 전문가를 비롯한 60여 명이 초청돼 한국과 폴란드 등 각국의 과거사 진실규명 성과를 공유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폴란드 국가추념연구소(IPN) 마렉 핸데릭 박사는 "왜 1940년대, 1950년대 (역사적 전쟁) 범죄에 관심 갖는지 묻는 사람도 있다. 공소시효가 끝나거나 가해자 사망으로 처벌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고 교훈을 얻는 것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저희는 진실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한다"고 했다.
IPN은 1998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설립된 기관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공산주의 시기에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를 조사하고 가해자 기소와 주요 인사 신원검증 등을 통해 과거사 청산활동을 하고 있다. 핸데릭 박사는 "IPN은 77명의 검사로 구성된 범죄기소위원회를 운영하며 범죄를 밝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핸데릭 박사는 "장관, 정부 부처 국장,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에 지원하는 후보자들은 공산주의 보안기구에 부역했는지 여부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그 진위를 IPN이 검증하고 후보자가 부역 사실을 숨기면 이 사건에 대해 법원에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 진술이 확인되면 법원은 3~10년 동안 (해당 후보자의) 공직 진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진실화해위 관계자가 "진실규명과 보상 측면에서 운영하는 한국의 진실화해위와 달리 공직 배제와 기소 등 강력한 처벌을 하는 폴란드 IPN의 활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는지" 묻자, 핸데릭 박사는 "IPN 활동에 대해 양분된 의견이 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 만장일치 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한국도 박정희 정권 등에 대해 정치인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다만, 진실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반인도적 범죄에) 협조했느냐, 협조하지 않았느냐는 '진실'이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반인도적 범죄에 협조한) 일이 꼭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해석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참석한 네덜란드 국제사법연구기관 선임연구원 울라즈슬라우 벨라브소 박사는 '유럽의 역사기억법(Memory Law)'에 관해 소개했다. 벨라브소 박사는 "과거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과거사는) 잊자는 '망각의 기조'가 있었는데, 현재는 기억의 의무와 진실에 대한 권리로 전환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지배하에 나치에 동조했던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는 방향으로 관련 법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와 악행을 부인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뤄졌고, '기억법'이라는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특별 발제자로 참여한 우크라이나 언론인 나탈리아 구메뉴크씨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 참상과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 대한 규명 활동을 전하며 "민간인이 겪는 고문과 아동 납치, 인권 유린 등 전쟁 참상을 기록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서도 여러 정보를 통해 감지하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김광동 위원장은 이옥남 상임위원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포럼에서 논의한 과거사 진실규명과 희생자 피해구제라는 축적된 경험이 향후 자유, 민주, 개방의 시대로 전환해 나가게 될 나라들에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가 지켜가야 할 보편규범을 만드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민간인피학살전국유족회는 이날 오전 호텔 앞에서 김 위원장과 이 위원의 사퇴와 조사1국장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이 진실규명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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