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관세 으름장’에...잘 나가던 차, 미국수출 파장 촉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 영향은

‘미국 외 생산 차량’에 관세 확대 공약

전기차 부정적...성장속도 둔화 가능성

배터리 업계 IRA 변화 대책 마련 분주

헤럴드경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입 품목에 ‘관세 폭탄’을 언급하는 등 통상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했고, 그동안 강조해 왔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전기차 보조금의 혜택 축소 등이 현실화 할 경우 북미 시장에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완성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자동차 분야와 관련 ▷수입관세 인상 ▷전기차 보조금 축소 ▷내연자동차 규제 완화 ▷탈(脫) 중국 공급망 가속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관세 급등이 가져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31.1% 늘어난 709억달러(약 99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북미 지역 수출액은 그 절반인 370억달러(약 51조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외국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기아·GM한국사업장·KG 모빌리티·르노코리아)의 올해 1~8월 수출 국산차(185만7111대) 가운데 북미로 수출된 물량은 모두 114만73대로 전체 수출 물량의 61.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8만3321대)과 비교해 15.9% 늘어난 수치다.

작년 미국의 대외 상품무역 적자국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일본 등에 이어 8위에 올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도 전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치면서 보조금 축소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1기 당시 함께 한 공화당 인사들이 친환경차, 이 가운데 전기차에 관한 각종 혜택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전기차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내연기관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우리 기업들의 전략 수정도 예상된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량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계를 유연하게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산업 우선주의, 대중국 견제 강화, IRA 지원 감축·폐지를 예고한 바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의 재편이 예상된다”며 “관세 인상 등 급격한 통상 정책 변화 시 경영악화, 수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공급망 및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관이 정보를 수시 공유하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대상 아웃리치(통상 대응 활동)를 지속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IRA와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 축소 등으로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공장 투자 계획과 가동 일정 등도 미뤄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IRA의 전면 수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온 만큼 미국 정권 교체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제4회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 후 소비자들에게 가는 보조금에는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생산자들이 받는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진행해 온 원가 효율화 작업과 현지 생산 확대, 신기술 개발 등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원재료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의 대응력도 갖추고 있어 (중국 경쟁사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미국의 반중 정책 강화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 정부 지원과 민관의 원팀 대응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재근·양대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