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규모 관세로 재정적자 메울듯
대중수출·대미수출 동반 타격 전망
한국 수출 62조 이상 감소 가능성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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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의 쓰나미에 재차 휩싸였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발(發)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경제의 정치화)로 대(對)중국 견제강화와 모든 수입품 대상 보편관세 부과 등이 현실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빌미 삼아 다양한 통상 압력을 가해 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로 수십년간 상호호혜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가 단단한 바위처럼 유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외환시장(거시경제금융회의), 통상(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3대 분야별로 각각 별도 회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자 글로벌 통상환경에 미칠 여파를 분석·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업계 간담회를 열고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정책적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국산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도 높은 대중 관세 장벽을 더욱 높이고, EU·캐나다·한국 등 핵심 동맹에까지 보편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다.
무차별 ‘관세 난타전’ 양상이 벌어지고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면 우리나라는 직접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관세 전쟁으로 무역에 타격을 받은 중국 등 제3 국가로 수출도 감소하는 다층적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IT 품목에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면 중국 현지로 반도체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우리 수출에도 타격을 주는 식이다.
구체적인 한국의 피해 전망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선순위 무역 압박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 적자국이었는데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라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라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 위축 외에도 미중 정면충돌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한국의 1∼2위 교역국은 나란히 중국, 미국이다. 관리되지 않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적인 충돌은 두 나라와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산업 전반에 걸친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할 때 한국 경제의 후생이 최대 1.37%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 및 국내·외 산업 구조 등 우리 경제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우선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확대하는 인센티브가 늘어난다면, 대미 투자 비중이 큰 기업에는 프리미엄이 가능하다. 다만 국내 투자 측면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판을 뒤집는’ 급진적인 정책을 주저 없이 내놓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확실성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기존 정부에서 맺었던 각종 경제협약이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면서 한미 경제통상관계가 위기에 강한 복원력(resilience)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워싱턴 상무관을 지냈던 여한구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현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은 2017년보다는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면서 “미국의 제조업 공급망 재건에 한국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본 미중 지정학적 패권경쟁의 큰 체스판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역할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설득 논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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