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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인사이드 스토리]뒤바뀐 1위…삼성전자 반도체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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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삼성도 성과 잘 낼 것" 언급했지만…
SK하이닉스, 연간 기준 반도체 실적 삼성 제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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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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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라는 것이 반도체 업계에 들어오면서, AI도 여러 가지 종류와 여러 가지 접근법이 필요하다. 저희가 하는 접근이 따로 있고, 다른 회사가 하는 접근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다 똑같은 반도체 회사로 보고, 누가 더 잘한다고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훨씬 저희보다 많은 기술과 많은 자원들을 갖고 있다. 이 AI의 물결을 삼성도 잘 타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잘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열린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한 것인데요. 올해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와의 경쟁 관계에 대한 내용이 기자들의 질문 중 상당수를 차지했죠.

메모리 왕좌 내려놓은 삼성

이토록 관심이 쏠렸는 건 최근 반도체 시장의 변화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AI 반도체의 대표 격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잡으며,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있는데요. 메모리 시장에서 견고히 왕좌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를 '만년 2등' SK하이닉스가 따라잡은 것은 업계 초유의 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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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을 추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실적을 앞지른 바 있는데요. 올해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845억원이었고요. 같은 기간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은 12조2200억원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3조원가량 많은 셈입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3조5743억원이었습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5조3845억원이니, 4분기 8조2000억원 수준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예측인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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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비즈워치가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나온 20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7조5531억원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치보다 6조원 가까이 적은 수준인데요.

평균치가 아닌 증권사 각각의 전망치를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높은 실적을 내다본 BNK투자증권의 전망치는 18조8020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치보다 5조원 이상 낮죠. 이밖에 최저 영업이익을 예상한 교보증권(16조3000억원) 등 총 2개사가 1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고, 그외 15개사는 모두 17조원대를 점쳤습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승자는 사실상 확실시 된 상황인 거죠.

왕좌 되찾기 위해 '발버둥'

위기에 몰린 삼성전자는 내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암시했는데요. 그간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려 했지만, 퀄 테스트(제품 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엔비디아 공급을 독식하며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SK하이닉스와는 비교됐죠. 하지만 올 4분기부터는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3E 제품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제품 품질 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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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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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하는 것도 목표로 내세웠는데요. 심지어는 HBM4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와의 협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경쟁사인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인데요.

이날 김 부사장은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HBM4를 맞춤형 제품으로 준비하는 만큼, 파운드리 공정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SK하이닉스도 TSMC와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죠.

'삼성'다운 혁신으로 반전 만들까

이처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홀로 맞은 혹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인데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가운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컨퍼런스 콜에서 보여준 자신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당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3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예고해 시장의 기대를 높인 바 있습니다. 김 부사장은 당시 "HBM3E의 경우 8단 제품은 현재 고객사 평가를 정상 진행 중으로,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죠.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측이 제시한 HBM3E에 대한 전망은 분명 긍정적이었지만, 삼성의 언어와 시장의 언어에는 분명 아직 간극이 있어 보인다"며 "만일 삼성이 극적 변화를 통해 이 간극을 줄인다면 삼성도 점차 예전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는 계획서가 아닌 증명서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죠. 말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달라는 뼈 아픈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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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삼성전자의 향후 HBM3E 공급이 기대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을 시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적으로 준비한다고 언급했다는 점 때문인데요.

앞서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내 해당 제품의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와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죠.

이를 두고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을 리비전(개선)할 경우 내부 인증 및 신규 샘플에 대한 고객사 인증 작업이 필요한 만큼, 양산 일정이 지연되고 판매 계획이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미 선두를 뺏긴 후발주자에겐 더 이상의 지연이 용납되지 않을 텐데 말이죠.

1등 DNA를 지닌 삼성전자가 왕좌 재탈환을 위해 이를 갈고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만한 지점입니다. 최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취임 이래 처음으로 DS 소속 임원들과 토론회를 진행하며 쇄신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 소통을 강화하고 쇄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죠.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연말 조직개편과 인력 조정에서도 큰 폭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혹은 내년에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증명서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함께 눈여겨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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