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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사이버 안보 역량 탁월… 데이터 보호 인식 미흡 [심층기획-‘AI 국가 총력전’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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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대 AI 강국’ 도약 선언했지만…

우수한 원천기술·인재 보유 ‘장점’

韓, 10만명당 AI 특허 수 10.26개 ‘최다’

軍 사이버전 수행 능력 국제사회 두각

이용자 윤리·가치관 부재는 ‘단점’

딥페이크 합성 성범죄 등 심각성 노출

민관 투자대비 생성형 AI 활용도 낮아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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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 분야는 물론 국가 간 외교, 안보 논의에서 이제 인공지능(AI)은 핵심 화두다. 세계 무대에서 한 국가의 영향력은 그 나라의 AI 능력과 직결된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이미 AI 경쟁력에서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격차를 벌렸다는 점이 이를 잘 드러낸다.

최근 수년간 다양한 기관이 발표한 국가별 AI 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0위 안에 무난히 안착해왔다. 인프라와 정부 정책에 가중치를 두는 ‘AI 준비도 지수’(옥스퍼드 인사이트) 7위(2023년), 각국의 AI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글로벌 AI 지수’(토터스 미디어)는 6위(2024년)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월26일 ‘AI 국가 총력전’을 선언하며 “2027년까지 세계 3대 AI 강국(G3)이 되겠다”는 한층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AI 경쟁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AI를 통한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5년간 총 10조원 규모 정부 투자 등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생산 능력 강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지원, AI 기반 공공 서비스 혁신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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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지 호평… ‘사이버 안보’ 주도권 잡을까

6일 외교가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전통적 정보기술(IT) 강국의 저력을 담은 우수한 원천 기술과 인재로 분석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AI 특허수(10.26개, 2022년 기준)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다. 5G 인프라, 반도체 등 기반 기술의 강점을 바탕으로 AI 기술 개발과 적용이 빠른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기업 투자까지 더해지며 AI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AI가 널리 활용되고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진 사이버 안보 역량에서 한국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해킹 공격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사이버 안보 협력 및 위협대응 역량 강화는 현재 많은 나라의 관심사다.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시절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기조가 현 정부 들어 반전되면서 우리 군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안보 능력이 뒤늦게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사이버사령부 주관으로 매년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다국적 연합 사이버훈련 ‘사이버 플래그’(Cyber Flag)에 우리 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연속 참가했다. 특히 2024년 1월 한국에서 최초의 한미 사이버 동맹 훈련이 우리의 주도 하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훈련을 통해 한국 군의 사이버 기술, 훈련장 시설, 프로그램 시나리오 기획력 등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면서 한국과 협력을 원하는 타국의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사이버 안보 분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국제안보통일연구부)는 “해외에서 크게 탐내는 우리 군의 기술력에 비해 사이버작전사령부 등 관련 인력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번 사이버 플래그 때도 전 군에서 사이버 기술을 가진 이들을 따로 차출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다 흩어져 있고, 드론이나 미사일·핵에 비해 주목도가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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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익 대결, 일탈적 이용 앞에선 무력

반면 기술 혁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이터 지정학’ 관련 미흡한 이해도, AI 교육·가치관·윤리 부재 문제 등은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다. 전자는 올 상반기를 달군 라인야후 사태에서, 후자는 지난 8월 말 공론화된 딥페이크 집단 불법 합성 성범죄 사건에서 각각 그 심각성이 드러난 바 있다. 혁신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이용자들이 느끼는 사이버 안전 체감도는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AI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잠재적 위험을 관리할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사회 전반의 AI 문해력 향상을 위한 올바른 가치관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국가 차원에서는 데이터 보호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시급하다. 라인 사태 때처럼 국가 대 국가로 데이터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 국익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의 해외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데이터는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관의 투자 규모에 비해 생성형 AI 관련 성과나 활용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AI 인덱스 리포트(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49개의 파운데이션 모델(생성형 AI의 기반 기술)이 개발됐는데, 이 중 한국에서 나온 것은 전무하다. AI 개발 기업 라이터버디의 조사에서도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한국인의 생성형 AI 이용 트래픽은 세계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심 속에서 생성형 AI를 악용한 음란물 제작이나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물을 흐리고,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기도 했다.

김소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장은 “AI 규범 형성과 관련해 한국은 아직 많은 내부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지향성과 지속적 실행력, 문제의식 공유 등의 부재로 인해 발달하는 과학기술을 외교와 정책, 전략적 측면에서 접점을 이해하고 풀어갈 만큼 충분한 사유를 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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