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관극’ 엄숙한 관람문화 NO…‘광화문연가’, 야광봉-떼창 등
출연진-관객 다함께 열광 또 열광…“몰입감 선사” 커튼콜마케팅 활용도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싱어롱 커튼콜. 관객이 응원봉을 흔들면서 출연진과 함께 간판 넘버 ‘붉은 노을’을 ‘떼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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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의 백미는 다름 아닌 커튼콜이다. 핀마이크 대신 핸드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나온 출연진과 함께 관객이 야광봉을 흔들며 간판 넘버 ‘붉은 노을’을 떼창하기 때문. 공연장에서 판매되는 머천다이즈(MD) 중 야광봉은 프로그램 북 뒤를 잇는 효자 상품이 됐다.
소위 ‘시체 관극’이라 불릴 만큼 엄숙한 관람 문화가 요구되는 국내 뮤지컬계에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커튼콜이 확산세다.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무까지 따라 추는 ‘싱어롱 커튼콜’이 환호를 사고 있는 것.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리지’의 커튼콜은 본공연 뒤 ‘숨겨진 3막’으로 불린다. 1막 마지막 넘버인 ‘누군가가 뭔 짓을 할 거야’를 포함해 총 5곡을 10분간 메들리로 들려주면서 관객 떼창을 끌어낸다.
‘회전문 관객’이 많고 떼창 문화가 자연스러운 국내에서 이런 커튼콜 문화는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엔 뮤지컬 마니아들만 참여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관객이 다함께 열광하는 추세”라며 “공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여러 차례 관람한 관객이 늘어났고, 고유의 떼창 문화가 영향을 줬다. 미국 브로드웨이 등 해외와 비교해도 흔치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커튼콜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활발하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기존 커튼콜용 MD인 발광다이오드(LED) 반지를 올해 야광 팔찌로 업그레이드했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온 출연진과 함께 대표 넘버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을 부르고 춤추는 시간 야광 팔찌를 함께 흔든다.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이터니티’는 이달 5∼10일 ‘싱어롱 위크’를 열고 커튼콜을 위한 가사지와 야광봉을 무료로 제공한다.
싱어롱 커튼콜은 관객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공연의 여운도 짙게 만들 수 있다. 뮤지컬 ‘리지’를 만든 공연 제작사 쇼노트의 서수연 마케팅본부장은 “록 뮤지컬이라는 특성에 착안해 작품이 주는 음악의 힘을 마지막까지 이어가고, 억압에서 해방되는 작품 서사를 따라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이 직접 해방을 체험하길 바랐다”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어 배우들도 싱어롱 커튼콜을 반긴다”고 했다. ‘광화문연가’를 제작한 CJ ENM 공연사업부 관계자는 “관객 경험은 예매하는 순간부터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공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몰입감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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