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 시대]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에서 딜러들이 개표 상황을 주시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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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 유력 매체와 여론조사 회사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박빙 승부를 점쳤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해리스 당선 확률을 높이는 매체가 많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6·2020년 대선 때도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달랐는데 이번에도 또 예측 실패가 반복된 것이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뉴욕타임스 등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언론들이 주도한 여론조사가 트럼프의 지지세를 과소평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대선 예상 모델은 선거 전날 두 후보 승리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다가 당일인 5일 아침 ‘막판에 나온 여론조사들을 반영했다’며 해리스 승리 가능성을 56%로, 트럼프는 43%로 수정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에 대한 가중치가 너무 높다는 이유였는데, 두 후보 격차가 하루 만에 동률에서 13%포인트 차이가 나도록 바꾸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시에나대와 함께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를 3일 발표하며 일곱 경합주 중 해리스가 네 주(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위스콘신), 트럼프가 한 주(애리조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나머지 두 주(미시간·펜실베이니아)는 동률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일곱 주 모두 트럼프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게(한국 시각 6일 오후 8시 기준) 나타났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지난 두 차례 대선 때 모두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지지율을 지나치게 낮게 예상했다.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기긴 했지만 트럼프와의 득표율 차이가 여론조사보다 훨씬 작았다. 당시 주요 매체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트럼프가 바이든에 8%포인트 이상 차이로 완패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표차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예를 들어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43% 정도로 예상하며 바이든의 쉬운 승리를 점쳤지만, 실제로는 트럼프가 48%가량을 득표하며 마지막까지 접전이 펼쳐졌다.
2016년엔 아예 정반대 예측을 했다. 여론조사 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당선 확률을 71%,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29%로 예측하는 등 언론들이 클린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주요 경합주에서 모조리 지면서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270명)을 훨씬 넘는 306명을 확보한 트럼프에게 참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이번 선거도 비슷한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을 짚으며 “올해도 비슷한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면, 해리스가 근소한 우위라는 최근 여론조사가 실제로는 트럼프가 크게 우위임을 뜻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선거 여론조사가 계속 빗나가는 원인 중 하나로 응답자 구성이 미 국민의 정치 지형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2016년 선거에서 응답자의 ‘교육 수준’을 주요 변인으로 보지 않아 당시 저학력 백인층에서 압도적이었던 트럼프 지지 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과를 분석하며 회사마다 부여하는 다양한 가중치가 주먹구구여서 오류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하는 정보에만 지나치게 주목하는 이른바 ‘확증 편향’이 여론조사 설계·분석 과정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의 당선 확률을 갑자기 크게 상향 조정하면서 “(분석에 쓴) 일부 여론조사가 ‘샤이(shy·수줍은) 트럼프’의 존재를 과대 평가했다고 판단해 수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결국 이 보정이 예측을 어긋나게 한 원인이 됐다.
여론조사 자체의 품질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존 크로스닉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WSJ에 “더 많은 유권자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방법이 확산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입증되지 않은 표집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론조사는 더 큰 재앙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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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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