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상원의원 당선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42·민주) 당선인(왼쪽)이 5일(현지시각) 뉴저지주 체리힐 더블트리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선 소감 발표 후 가족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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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6·25전쟁 참화에서 신음하던 시절, 소아마비를 앓으며 서울역에서 동냥하던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불굴의 의지로 미국 국비 유학길에 올라 유전공학 박사로 자수성가한다. ‘닥터 진 김(Jin Kim)’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캐피톨 힐(의사당)로 데리고 가 이렇게 속삭인다. “여긴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란다. 너에게 모든 가능성을 준 나라인 미국을 사랑해라.”
그 아들 앤디 김(42·민주·뉴저지)이 5일(현지시간) 한국계 첫 연방 상원의원으로 의사당에 입성하게 됐다. 하원의원으로 3선을 했지만, 상원 진출은 정치 신분 업그레이드다. 앞으로 그가 발의하는 법안엔 상원의원(Senator)을 뜻하는 ‘S’자가 붙는다. 한·미 관계에도 우군이 될 전망이다.
김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순간을 최고의 겸손함을 가지고 접근하려 한다”며 “역사상 미국인으로 불린 6억명 중 2000여명만이 이 일을 맡을 영광을 얻었고, 재미교포 역사 120여년 만에 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선 소감 발표 장소로 선택한 호텔과 관련해선 “5살 때 뉴저지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몇 주간 이 호텔에서 지냈다”며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 중 일부는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오늘 밤 이 호텔에 서고 싶었다. 부모님과 가족에게 감사드리고 나와 같은 한 소년에게 꿈을 꿀 기회를 준 이 주(州)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그의 당선은 일찌감치 확정됐다. AP통신 등 외신은 한국 시각 6일 오전, 김 당선인이 58%를 득표하고, 경쟁자인 공화당 커티스 바쇼 후보는 41%에 그치자 그의 승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 당선인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한국계 최초로 상원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든 것을 축하한다. 한국 동포사회에도 영감이 되며 큰 성공을 거두기 기원한다”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하원의원이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때 쓰레기를 줍던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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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인의 됨됨이는 2021년부터 조명을 받았다. 1월 6일 의회 폭동 사태 당시,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을 묵묵히 청소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그는 마스크를 쓴 채 의사당에 떨어진 쓰레기를 봉투에 담았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가 처음부터 정치를 꿈꾼 건 아니었다. 뉴저지에서 성장해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9년 이라크 전문가로 국무부에 입부했다. 2013~2015년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핵심 요직인 이라크 담당 보좌관으로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는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곤 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경험들이 정치에 눈을 뜨게 했다”고 이후 정계 입문 이유를 설명했다.
뉴저지 첫 아시아계 하원의원에 이어, 한국계 첫 상원의원이라는 신기록을 연달아 쓴 그는 6년 임기 성과에 따라 더 큰 무대에 오를 가능성도 열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후보 모두 상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선 앤디 김 당선인 외에도,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미셸 박 스틸(공화·캘리포니아),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민주·워싱턴주) 의원 등 한국계 정치인 3명이 하원의원 3선 고지를 바라본다.
전수진·김지혜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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