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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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는 시점부터 가상자산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미움을 받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두고 “취임 첫날에 자르겠다”고 말하는 등 파격적인 언행으로 미국 정치권 내 대표 친(親)가상자산파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이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과 함께 비트코인 2억원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5분 기준 비트코인은 7만4513달러(약 1억393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대선 직전부터 시작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비트코인 가격은 원화 기준 1억원을 재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4월 이후 200여일 만이다. 이날 개표가 시작되고 경합주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소식이 들려오자 비트코인은 7만4000달러대를 돌파해 최고점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일러스트=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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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親가상자산 행보 트럼프…당선 전부터 시장 반응
가상자산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호재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전부터 꾸준히 친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연단에도 올랐다. 그는 이 행사 기조연설에서 “비트코인을 미국의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말하며 가상자산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를 위해서라면 다소 과격한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첫날에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현 SEC는 가상자산 산업을 규제 아래 둬야 한다는 다소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겐슬러 위원장을 가상자산 시장 발전에 발목을 붙잡는 인물로 보고 있다. 집권 첫날에 SEC 위원장 해임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되지만 시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언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가상자산 포용 정책에 적극적인 점도 투자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에 표를 던지게 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대표적인 친가상자산 법안인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T21)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규정해 규제 당국을 분류하고 블록체인 금융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있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블룸버그 출신의 제이미 쿠츠 리얼비전 수석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공화당은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는 기업과 개발자 인력이 아시아 등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라며 공화당과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에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6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에서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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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2억원 갈까… “시장 악영향 요인도 많아”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비트코인 가격의 도달 지점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 2억원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비트코인 2억원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까지 20만달러(약 2억7600만원)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이후 며칠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10%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 시 올해 안에 비트코인이 8만달러 혹은 9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의견도 여러 곳에서 나왔다. 금융투자사 번스타인의 가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지난 9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8만~9만달러 선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라는 분석에 동의했다. 다만 미 대선 외 국제 정세 등 다른 요소들 역시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자산 관련 태도가 유지되는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위험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 가능성이 있으나 반대로 당선 확정 이전에 비트코인 신고가를 기록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 이후 겐슬러 위원장의 해임,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친가상자산 규제 확립 등 당선 이후에도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100만개 비축자산 법안 등 가상자산 산업에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며 “규제 당국인 SEC가 가상자산업계 전방위에 걸쳐 강력한 압박을 가했기에 SEC 기조 변화만 이뤄져도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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