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 중심 제주고산농협 "첫 달 1천300만원 손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가공공장서도 일할 수 있게 해야"
제주서 일하는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들 |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베트남에서 온 공공형 계절근로자와 계약해 농가에 투입한 지 한 달 됐는데 약 1천300만원 정도 손실이 났습니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밭작물 관련 외국인 계절근로자 30명을 받은 제주고산농협 임철원 농촌인력중개센터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한 날이 평균 17일인데 22일 치 임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지역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뒤 이들을 농가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농가는 계절근로자를 쓴 일수만큼만 임금을 내지만 농협은 매월 최소 22일 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농가는 계절근로자를 일당제로 쓰는 것이고, 농협은 계절노동자를 직원처럼 고용한 것이므로 계절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든 하지 않든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제주고산농협은 계절근로자들이 일하지 않은 5일 치 일당까지 지급하면서 손실을 본 것이다.
월급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되 숙박비와 4대 사회보험 가운데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의 50% 를 제외한다.
계절근로자 1인당 월급은 약 206만원이고, 숙박비와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약 178만원이 된다.
임 센터장은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비가 오는 날은 물론 그다음 날에도 땅이 질어 일을 할 수 없다"며 "고산에 계절근로자들이 온 뒤에 비가 내려 일을 하지 못하는 날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계절근로자들이 일을 하기 시작한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강수량이 기록된 날은 14일이다.
임 센터장은 또 초기에 농가들이 채소류 모종 심는 일을 처음 해보는 계절근로자 쓰는 것을 꺼리면서 모든 계절근로자가 매일 농가에 투입되지 못했던 문제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계절근로자 투입의 관건은 날씨와 일에 대한 숙련도를 꼽을 수 있다.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
특히 날씨 문제는 정부가 제도를 빨리 개선하지 않고 있어 풀리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기본계획'은 근로범위를 토지의 경작·개간, 농작물의 식재·재배 및 수확, 수확 농작물의 선별·세척·절단·포장 등 단순 처리 및 가공, 수확 농작물의 상하차 작업 등 농작물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농협 경제사업장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가공공장 등은 업종이 도소매업이나 제조업으로 분류돼 계절근로자 기본계획에서 정한 근로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고산농협은 전날 제주를 찾은 농협중앙회장을 통해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계절근로자들을 APC나 관련 가공공장 등 농협 경제사업장에 배치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제주고산농협도 깐마늘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비가 내리는 날에는 공장에서 일을 시키면 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계절근로자를 도입했던 제주위미농협도 감귤 선과 등을 하는 APC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나 1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계절근로자의 숙련도는 과수 농사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밭농사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숙련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주에서 밭일을 했던 계절근로자를 다시 불러오면 되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국내 재입국 추천 제도는 개선이 됐지만 베트남 현지 신청자들이 너무 많은 데다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담보 제공 부담 등으로 올해 왔던 계절근로자를 내년에도 다시 쓸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는 "사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 시작된 3년 전부터 날씨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 요구가 있었다"며 "현재 법무부와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숙련도가 높은 계절근로자를 다시 부르는 문제는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농협별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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