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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가자전쟁이 해리스 표 갉아먹었나…아랍계 지역 투표소 ‘싸늘’[2024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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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대통령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아랍계 인구 비율이 높은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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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중동지역 전쟁과 조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으로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주당 지지가 약화된 조짐이 대선 투표소에서 감지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전했다.

미 언론들은 대선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아랍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미시간주 디어본의 투표소를 찾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인구 11만명의 디어본은 아랍계 주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로, 특히 이스라엘이 한 달 넘게 폭격을 이어가고 있는 레바논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압승했다.

WP는 디어본 투표소에서 인터뷰에 응한 아랍계 유권자 상당수가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뽑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내 아랍계는 전통적으로 반이민 성향의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과 미국의 대대적인 무기 지원으로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디어본 지역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 상당수가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분노 탓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았다고 전했다.

이라크 출신 이민자인 알리 하셈(63)은 “(중동) 평화를 지지한 트럼프를 지지한다”며 “그가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WP에 말했다. 예멘계인 모하메드 사드(25)는 “2020년엔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그들의 중동 정책 때문에 이번엔 트럼프를 뽑았다”면서 “그동안 민주당은 우리의 지지를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해리스와 트럼프 대신 녹색당 후보인 질 스타인을 지지했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미 최대 무슬림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가 지난 8월 말 미시간주 아랍계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스타인 후보는 40%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18%)과 해리스 부통령(1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분노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국 어디로 향할지는 개표 결과를 지켜 봐야 하지만, 대선 승패가 7개 경합주에서 간발의 표차로 갈릴 수 있는 초박빙 구도에서 아랍계 등 특정 인구집단 표심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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