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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유사시 우리도 나서야죠"…80대 노병까지 자원해 예비군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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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지 전투하는 시니어 아미


"만약 전쟁이 나면 탄약을 나르든 밥을 짓든 되는대로 도울 거예요. 그때 보탬이 되려면 이런 기초 군사훈련 정도는 받아야죠"

5일 시니어 아미(senior army)들의 훈련이 진행된 육군 37사단 110여단 괴산 청천 예비군훈련장에서 김종수(68)씨가 어떤 심정으로 훈련에 자원했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습니다.

단체로 군복을 맞추고 오른쪽 어깨에는 '시니어 아미'라고 적힌 부대 마크를 단 채 입소식에 참석한 이들은 훈련 개요를 설명하는 장교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한 훈련 참가자는 장교의 설명이 끝나자 "어디 한번 제대로 훈련시켜 보세요"라며 당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입소식을 마무리할 때는 "연대장님께 대하여 경례!"라는 구령에 맞춰 모두가 일제히 절도 있게 제식을 갖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유사시 병력이 부족할 경우 언제든 출정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서울, 경기 안양, 멀게는 경남 김해에서 모여들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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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사진 찍는 시니어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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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를 지으면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 씨는 "훈련에 참여하려고 대신 농장을 봐줄 일용직을 구했다"면서 "근처에 사는 회원 3명과 카풀을 해서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병력 규모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해 걱정"이라며 "이제는 몸이 약해졌지만, 전쟁이 나면 젊은 군인들을 대신해 총알받이라도 되겠다는 심정으로 훈련에 자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남편과 함께 참가한 박경숙(66)씨는 "전쟁이 나서 인력이 부족해지면 나라에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며 "훈련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남편과 사격장에서 사격 훈련까지 하고 왔다"며 웃었습니다.

이날 훈련장을 찾은 33명의 시니어 아미는 4개 조로 나뉘어 시가지 전투 훈련, VR 영상 모의 사격 훈련 등에 참여했습니다.

2명의 여성 시니어 아미들도 예외 없이 모든 훈련에 참여해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시가지 전투에서 보라색 연막탄과 함께 교전이 시작되자 이들은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기거나 사주경계를 하며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몸을 숙인 채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빠르게 옮겨 다니거나, '엎드려 쏴' 자세로 대항군의 접근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최고령자 정 모(84)씨는 "나이 든 노인들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한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시니어 아미는 나이·성별과 관계 없이 군 훈련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설립돼 같은 해 8월 국방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습니다.

윤승모(61) 대표는 "인구 감소로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역 의무가 없는 노인과 여성도 유사시 도움이 될 수 있는 예비전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며 "한반도 정세가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시민이 시니어 아미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시니어 아미는 서산·보령·합천 등지에서 올해 훈련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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