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금)

[르포]다 이겼다는 중국도 "이건 졌네"…13억 홀린 한국 쌀의 변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 1회 항저우 '한국 쌀가공식품 수출상담회' 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제 1회 항저우 '한국 쌀가공식품 수출상담회' 개막식./사진=우경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도 이기고 현대차도 이겼다고 생각하는 중국이, 아직 한국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식품이다. 자국의 가공 식품 생산기술과 유통망 관리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적잖은 불신 때문이다.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중국인들이 높은 생활 수준을 동경하게 되면서 한국 등 식품문화 선진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조업종 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가운데서도 가공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CJ 등이 중국에서 선전을 펼치는 배경엔 이런 상황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지난달 30~31일 중국 남부 항저우에서 개최한 '제 1회 한국 쌀가공식품 수출상담회'는 의미있는 도전이다. 직접 찾아본 현장은 협회 150여개 회원사들과 200여개 중국 바이어들로 성시를 이뤘다.

넓은 전시장 중앙은 각 회원사들에 제공된 상담 부스로 꾸며졌고 전시장을 빙 둘러 회원사들의 상품이 가득 들어찼다. 이들의 공통점은 '쌀'을 원재료로 썼다는 것. 쌀로 만든 떡볶이와 죽, 가공밥류 등 밀키트부터 냉동 떡, 뻥튀기 형태의 스낵, 조청을 활용한 각종 간식, 막걸리 등 전통주류와 음료가 망라됐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쌀이 원료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됐다.

13억명의 인구대국인 중국 정부 입장에서 쌀은 핵심 전략품목이다. 자급률이 상당히 높다. 그런 중국에 한국이 잉여생산된 쌀을 직접 수출할 수는 없다. 쌀가공식품을 쌀 수출 첨병으로 삼겠다는 협회의 전략은 그래서 유효하다. 가뜩이나 한국의 쌀가공식품 시장은 포화상태다. 중국에서 신시장을 찾는 회원사들은 현장을 찾은 200여 중국 기업 바이어들과 진지하게 마주앉았다.

머니투데이

제 1회 항저우 '한국 쌀가공식품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회원사들이 전시품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여건이 녹록치는 않다. 한중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암묵적 한한령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1회 상담회는 이틀간 총 상담액 412만달러(약 57억원), 구매의향 체결 금액 262만달러(약 37억원)의 성과를 냈다. 현장에서 구매계약을 체결한 16개 회원사는 바이어와 30일 이내 정식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계약규모가 크다고 말할 순 없지만 첫 술에 배부를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어려운 가운데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상담회의 의미는 상당하다. 중국 최대 관영언론 CCTV를 보유한 CMG그룹의 관지에 부총경리는 "2000년대 이후 중국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온라인 제품 소비가 늘어나며 한국산 제품은 그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쌀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식품인 만큼 중국 기업들에게도 이번 상담회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 포부는 믿음직하다. 떡 전문기업이자 최근 냉동떡 브랜드 '더바른'을 론칭한 태승식품 창업주 2세 전명준 온라인사업 총괄팀장은 "한국의 떡과 일본의 모찌, 중국의 화과자를 아직도 묶어서 인식하는 중국 시장에서 우리 떡을 특별하게 각인시키고 새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팝콘 ODM(위탁생산)으로 이미 국내서 유명한 J&E 오민수 해외영업부 과장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뻥튀기 원리를 적용한 에어펍칩 기술을 통해 생산한 라이스칩 브랜드 'K팝칩'을 론칭해 중국에 소개하기 위해 상담회에 참여했다"며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스낵 시장이 확산하는 만큼 의미있는 수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회는 선진 기업들의 진출을 위해 중국 가공식품 시장이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참가 회원사들은 지속적인 유통망 개선과 IP(지적재산권) 개념 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팀장은 "새 주력인 냉동떡을 중국에 수출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냉동 상태를 유통망의 끝단까지 유지해주는 콜드체인의 퀄리티"라며 "유통망에 대한 투자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쌀을 이용한 미용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회원사 관계자는 "신제품을 내놓으면 곧바로 중국 기업에서 모방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1회 행사를 시작으로 협회는 보다 진지하게 다음 행사를 준비한다는 각오다. 박병찬 협회 회장은 "이번 상담회는 계약 성과를 내는 플랫폼일 뿐 아니라 우리 우수한 쌀가공식품이 중국서 시장을 확대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협회는 중국 바이어들과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이 자리를 통해 회원사들이 수출확대를 실질적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