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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논쟁적 주제 던져 사회적 논의 끌어내는 게 미술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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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무센 美아메리칸대 미술관장

안창홍 작가 개인전 준비 위해 방한

北미술-저항운동가 작품 전시해와

동아일보

4일 ‘안창홍’전이 열리고 있는 경기 여주미술관을 찾은 잭 라스무센 아메리칸대(AU) 미술관장(왼쪽)과 안창홍 작가. 여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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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칸대(AU) 내에는 2800㎡(약 847평) 규모의 미술관이 있다. 사립대학 미술관인 이곳은 워싱턴DC 내 국립 기관들과 달리 정치적, 사회적으로 과감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2006년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북한 미술을 전시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이 미술관의 관장 잭 라스무센이 한국을 찾아 5일 만났다.

미술관이 개관한 2005년부터 관장을 맡은 라스무센은 “북한 미술은 직접 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당시 많은 관객이 호기심을 가졌다”며 “배송 비용을 아끼려 대규모 벽화를 종이에 그린 뒤 접어서 우편으로 보냈는데, 전시를 위해 다시 펼쳐 배접했을 때 구김이 전혀 가지 않는 기술이 놀라웠다”고 했다. 북한 미술을 전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적국이지만 작품을 통해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은 훌륭한 외교적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스무센 관장이 약 20년 전에 이어 한국을 다시 찾은 이유는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의 소개로 안창홍의 작품을 알게 된 라스무센 관장은 4일 경기 여주미술관에서 열리는 ‘안창홍’전과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는 “작품을 실물로 처음 보았기에 이해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박제 연작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이 엄청난 동물 박제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와 대비되는 효과가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6년 9월로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전시의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개별 예술가와 그 작품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했다. 라스무센 관장은 북한 미술뿐 아니라 페르난도 보테로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가혹행위 사건을 비판한 작품, 1976년부터 정치범으로 수감된 인디언 저항운동가 레너드 펠티어를 표현한 조각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라스무센 관장은 “논쟁적 주제를 던져 사회적 논의를 끌어내는 것이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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