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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중국발 공급과잉에 벼랑끝…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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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만들수록 손해보는 상황”

SK, ‘울산 도시유전’ 전면 재검토

롯데-LG도 국내외 공장가동 중단

“정부와 손잡고 사업재편 추진해야”

SK그룹이 1조8000억 원 규모로 추진하던 이른바 ‘울산 도시유전’ 계획을 잠정 중단하는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불황 장기화로 기존 계획을 수정하거나, 자산을 청산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3분기(7∼9월)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중국발(發) 공급 과잉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 중국발 과잉 공급에 석화업계 3분기 실적 ‘빨간불’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는 당초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로 내년 완공해 2026년 가동 예정이던 울산 폐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ARC’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쓰고 버려진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추출해 도시유전으로 이름을 알린 사업이다. 지난달에는 울산ARC 내에 미국 퓨어사이클과 합작하기로 했던 폐플라스틱 처리 공장 설립 계획도 철회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화학 업계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 안 되는 건 빨리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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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3분기 실적도 일제히 악화했다.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이 49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같은 기간 370억 원에서 ―38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올 2분기(4∼6월)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다시 1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3분기 영업손실이 810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893억 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케미칼 부문 영업손실이 310억 원,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영업손실 410억 원을 냈다. 11일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도 3분기 15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제품 만들수록 손해” 구조조정 착수

석유화학 산업의 주 제품인 합성수지는 지난해 기준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등에 이어 국내 10대 주력 수출 품목 중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년간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한국 석유화학업계의 오랜 시장이었던 중국은 기초 소재 자국화 방침에 따라 석유화학단지에 대거 투자했고, 그 결과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의 자급률이 100%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KIS) 집계에 따르면 2020∼2023년 중국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량은 2500만 t으로,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1300만 t)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 장기화됐다.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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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보릿고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발표했다. 또 LG화학도 올해 들어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와 글로벌 수요 약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 정부와의 협업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정유 산업 붕괴 이후 정부가 나서 상위 기업들을 합병시키고 구조조정한 전례가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근본 위기를 고려할 때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업계 사업 재편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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