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한국영화제 한세정 사무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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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파리한국영화제'가 열렸습니다. 2006년 처음 시작해 19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에선 개막작인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를 시작으로 '파묘'와 '베테랑2', '행복의 나라', '시민덕희' 등 장편 22편과 단편 58편, 모두 80편의 영화가 프랑스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감독과 배우 등 한국의 영화 관계자 14명이 영화제 기간 현장을 찾아 관객과의 대화,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도 선보였는데, 역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매년 이맘때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선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보는 건, 이제 새로움이 아닌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를 알려온 오래 전통의 많은 행사들이 그렇듯, 파리한국영화제도 처음부터 이렇게 '흥행을 보장하는 행사'는ㄷ 아니었습니다. 파리한국영화제의 기획과 운용을 총괄하는 한세정 사무국장을 만나 영화제의 역사와 행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프랑스 사회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가늠해보는 시간이어서 이곳에 소개해 드립니다.
Q. 파리한국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어떤 계기였나요?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했어요. 2016년쯤 당시 영화제 디렉터 분의 보조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이미 영화제가 잘 준비되어 있는 상태여서 사실 그 해엔 한 일이 거의 없었어요. 이후에도 초청팀 일 등을 담당하며 영화제와 계속 함께해 왔어요. 그러던 중 당시 디렉터 분이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수석 프로그래머 다비드와 당시 홍보팀 담당자 마리옹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본격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파리한국영화제의 역사를 소개해주세요.
영화제의 시작은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한국 학생들이 2006년 시작한 행사에서 출발했습니다. 학생들은 영화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교류의 장을 만드는 걸 목표로, 민간단체 'Association 1886'을 설립해 영화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프랑스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고, 이름도 당시에 한국-프랑스 수교의 해를 기념해 '1886 협회'로 명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준비하는 행사여서 프랑스 가을 학기의 방학 때로 행사 시기가 맞춰졌는데, 그 전통에 맞춰 현재까지도 이 시기에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열정만으로 시작한 행사이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틀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기틀을 마련한 분들은 대부분 현재 한국으로 귀국하셨고, 영화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후 두세 번의 세대교체를 겪으며, 현재 집행부까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프랑스인과 한국인들이 함께 준비하는 행사라고 보시면 돼요.
Q. 파리한국영화제에는 스태프 인건비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다고 들었어요. 재정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요?
영화제를 사전에 준비하는 인원은 10명 안팎이고, 영화제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50명이 넘는 대가족이 됩니다. 인건비를 지원할 만큼 재정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면 영화제 예산을 배로 늘려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제 가장 큰 후원자는 우리'라고 얼마 전에 누군가 이야기했던 게 생각나네요. 이런 이유로 각자 자신의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합류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수석 프로그래머인 다비드는 영화광이고, 단편 부분 담당자인 줄리앙은 영화 편집자로 일하고 있어요. 공무원도 있고, 법률가도 있고, 은퇴하신 분도 있고, 기자도 있어요. 한국에 관심이 있어서 온 분들도 있고, 우연히 한국영화제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을 하게 된 분들도 있어요.
Q. 처음 소개되는 한국 영화의 프랑스어 자막 작업도 영화제 스태프들이 직접 한다고 들었어요. 어려움은 없나요?
한국어에서 바로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분들도 있지만, 주로는 영어 자막을 이용해서 번역을 진행합니다. 자막이란 게 초당 읽힐 수 있는 단어에도 한계가 있어서, 짧고 명확하게 번역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어찌 보면 재치도 꽤나 필요한 일인데, 개막식 때 관객들이 크게 웃는 걸 보면서 번역이 잘 되었구나 생각했죠. 자막은 정말 중요해요. 사실 더 많은 한국 영화가 외국 관객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자막 작업이 필요합니다. 자막이 이미 준비된 영화만 소개해야 한다면, 현지에 배급사가 있는 영화들만 소개할 수 있어, 영화제 영화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겁니다. 자막 작업이란 게 이렇게 중요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종종 프랑스어 자막이 필요한 다른 지역 영화제에서 저희에게 자막 대여를 문의해 오는 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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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리한국영화제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영화인들을 꼽자면,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함께해주신 감독님들 모두 소중한 분들이에요. 저희 프로그램 중에 단편 경쟁 부문이 있고, '플라이 아시아나'라고 단편 최우수상을 받은 감독님을 초청해 작품을 상영하는 기획이 있는데, 단편 영화의 감독으로 뵈었던 분들이 장편 작품의 감독이 되어 다시 작품을 소개하시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올해의 경우, 오정민 감독님의 '장손'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2018년에 '성인식'이라는 작품으로 오셨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다시 뵈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Q. 영화제 초창기와 지금, 한국 영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오늘날 한국 영화는 프랑스에서는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일반 대중에게 각인이 되기 시작한 건 2016년 '부산행' 개봉과 2019년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역할이 큰 거 같아요. 특히, '기생충' 개봉이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한국 영화가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졌어요. 더불어 2021년 하반기 전세계에서 신드롬처럼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 전반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현재는 한국 영화의 창의력이나 특성을 분석하거나, 산업화에 따른 여러 문제를 논의하거나, 한국 영화나 영화 산업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등 한국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양해지고 저변도 크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영화제 기간 중엔 '핸섬가이즈'의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님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는데, 행사 공간이 정말 사람들도 가득 찼어요. 객석의 질문들도 단순히 한국 문화에 대한 단순 호기심이 넘어 이제는 한국 영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나 교류 기회를 희망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는 동시에 한국 영화 입장에선 지속해서 탄탄한 콘텐츠를 창작할 여력이 있을지 한국 영화의 저력에 대해 자문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신진 창작자들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한류의 인기를 넘어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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