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잇는 '개혁가 집안' 이미지 구축
중국중앙(CC)TV가 5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서북세월' 방영을 시작했다. 중국 배우 진둥이 시중쉰 역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 바이두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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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1913~2002)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드라마 방영에 나섰다. 시중쉰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전파를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관영 중국중앙(CC)TV와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CCTV는 이날부터 시중쉰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서북세월(西北歲月)' 방영을 시작한다. 총 40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저녁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현지시간)에 편성됐다. 텐센트비디오(QQ)·망고TV·아이치이 등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도 동시 송출된다. 아역 배우 출신의 인기 배우 우레이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치 자문기구) 위원이기도 한 배우 진둥이 각각 소년 시중쉰, 청년 시중쉰을 연기했다. 시중쉰의 정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방영된 적은 있었지만, 일반 대중이 즐겨 보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서북세월'이 처음이라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다.
서북세월은 산시성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시중쉰이 공산당 혁명 과정에서 보인 활약상을 그렸으며, 훗날 중국 경제 발전에 앞장선 지도자로 거듭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CCTV가 공개한 예고편에는 시중쉰이 "무엇이 당성(黨性)인가. '실사구시'가 바로 최고의 당성"이라고 외쳐 좌중의 지지를 받는 장면도 담겼다.
시중쉰(왼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생전 자신의 아들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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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은 중국 8대 혁명 원로 중 한 명이다. 그러나 1962년 마오쩌둥에 의해 반(反)혁명분자로 몰려 실각하는 등 정치적 부침도 겪었다. 덩샤오핑 집권 시기에 복권된 뒤, 광둥성 당 서기를 지내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현장에서 이행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시중쉰 띄우기'를 본격화했다. 지난 7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만 자 이상' 분량의 기사에서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뒤를 잇는 '탁월한 개혁가'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이 '개혁 가문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며 "시중쉰은 광둥성 개혁·개방의 주요 창시자였다"고 강조했다. 시중쉰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충실히 이행했고, 이런 흐름을 지금은 시 주석이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이번 드라마 방영 역시 '덩샤오핑→시중쉰→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계보를 대중에게 각인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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