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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아직 늦지 않았어!’ 당일치기 가을 여행① 횡성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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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서 1시간 30분, 횡성 투어

숲길 산책부터 신나는 루지까지

걷다 보니, 먹다 보니, 즐기다 보니 힐링

어느덧 하늘이 높아졌다. 유난히 뜨거웠던 태양에 저항하던 녹음도 슬며시 힘을 빼고 바래지는 요즘이다. 이토록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찰나의 가을, 짧고 굵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강원도 횡성을 추천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로 1시간 30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최적의 당일치기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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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 해발 850m에 있는 국립 횡성 숲체원 전경.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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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산림교육센터 ‘국립 횡성 숲체원’은 계절별 숲 해설과 생태 관찰 등으로 구성된 ‘산림 교육 프로그램’과 숲에 존재하는 치유 인자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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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은 고운 길…국립 횡성 숲체원


첫 번째 코스로 제안하는 곳은 청태산 해발 850m에 자리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강원도 가을 산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국립 횡성 숲체원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산림 교육과 산림을 통한 치유를 목적으로 2007년 문을 열었다.

이곳의 장점은 하늘로 뻗은 잣나무 숲길을 비롯해 맨발길, 무장애데크길, 힐링숲길 등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은 산책로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낙엽송과 졸참나무 사이로 떨어진 도토리와 날렵한 다람쥐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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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이란 명성에 걸맞게 마스크를 벗고 크게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내쉬었더니 이내 곧 평온함이 차올랐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 중인 기자도 수월하게 걸었던 숲길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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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롤러를 활용해 신체 부위를 자극하며 혈액순환을 돕는 지현미 산림치유지도사의 스파이키 트윈롤러 수업.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하다 보니 뻣뻣하게 굳은 몸이 조금 유연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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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프로그램도 이곳의 자랑이다. 숲속 명상을 하며 바르게 걷는 방법을 안내하는 ‘활력드림’, 노화로 인한 신체, 인지능력 저하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항노화 프로그램’, 임신(16~32주) 중인 예비 엄마·아빠를 대상으로 한 ‘숲 태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숙박을 하며 청정의 자연을 누려보길 제안한다. 원룸의 경우 비수기 평일 기준 3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전화 또는 온라인 예약 필수.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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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하면 떠오르는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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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또 다른 명소인 안흥 찐빵 모락모락 마을.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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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맛있더라, 한우


‘횡성’ 하면 한우가 떠오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횡성한우축제’도 이 기시감의 이유일 것이다.

횡성은 산간 지방임에도 논농사가 발달해 한우 사육에 필요한 볏짚이 충분하고 소들이 뛰어놀 수 있는 깨끗한 자연이 넓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나고 자란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씹는 맛이 풍부하다 정평이 나 있다. 무제한 리필을 내건 한우 맛집들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면 귀여운 빵양이와 팥군이가 반겨주는 ‘안흥 찐빵 모락모락 마을’ 방문해 보자. 안흥찐빵을 주제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가득 담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횡성에서 자란 팥을 이용한 찐빵 만들기 체험을 통해 부드럽고 달콤한 찐빵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찐빵 만들기 외에도 팥 초콜릿 쿠키 만들기, 팥 찜질팩 만들기 등 팥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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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년 신태보 베드로 복자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가 박해를 피해 자리를 잡으면서 만들어진 풍수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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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우측에 있는 느린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1년 뒤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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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세월, 풍수원 성당


고즈넉한 시골길 모퉁이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붉은 벽돌 건물,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자 강원도 최초의 본당인 풍수원 성당이다.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기도 하다.

풍수원 성당은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1800년 초반, 신태보 베드로 복자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가 박해를 피해 떠돌다 정착하며 꾸린 생활 터전에서 출발했다. 프랑스인 르메르 초대 신부가 부임하기까지 신자들은 성직자도 없이 8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신앙을 지켜왔다.

1896년 부임한 정규하 신부는 초가집이었던 성당을 고딕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재탄생시켰다. 본당 신자들 역시 정 신부의 설계에 따라 직접 나무를 베고 돌을 나르며 완공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한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그 틈을 단단하게 메운 사연으로 세워진 성전은 1982년 강원도 지방 유형문화재 제69호로, 구 사제관은 2005년 대한민국 등록 문화재 제163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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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모두 방문하기에 의미 있는 곳이지만 특히 가을은 성당의 매력을 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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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원 성당 ‘십자가의 길’은 돌계단을 오르며 기도를 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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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뒤쪽에는 최수범·심재숙 부부가 30여 년 동안 수집한 생활유물을 기증해 만들어진 유물 전시관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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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모두 방문하기에 의미 있는 곳이지만, 특히 가을은 풍수원 성당의 매력을 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마당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덕이다. 단풍나무나 은행나무보다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은 이 느티나무는 위텔 주교가 성당 봉헌식 때 심었다. 무려 130살도 더 됐다. 보는 각도에 따라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하는 느티나무 잎이 신비롭다.

풍수원 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공간,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야트막한 돌계단을 타고 오르며 기도하도록 설계됐다. 본당 뒤쪽에는 최수범·심재숙 부부가 30여 년 동안 수집한 생활유물을 기증해 만들어진 유물 전시관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름다운 성당만큼 아름다운 이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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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루지체험장은 조선 시대 서울 강릉을 오가던 유일한 관동 옛길(국도 42호선)을 활용한 곳이다.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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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코스로는 길이 2.4km로 국내 최장 길이인 횡성 루지 체험장. 스릴과 함께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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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옛길 따라 씽씽…횡성 루지 체험장


‘힐링’ 하면 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동적 휴식’ 또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을 적절히 움직이면 혈액 순환이 잘 되고 체내에 산소를 공급해 운동 등으로 쌓인 피로 물질을 분해하는 대사가 높아져 효율적으로 피로가 풀린다는 것이다.

심심한 힐링 보다 적극적인 동적 휴식을 원한다면 무동력 썰매인 루지 체험이 제격이다. 조선 시대 서울 강릉을 오가던 유일한 관동 옛길에 자리한 횡성 루지 체험장은 2020년 8월 폐쇄돼 방치됐던 국도 42호선 구간을 재발견한 곳이다.

단조로운 옛길이지만 곳곳에 트릭아트, 폭포 터널 등의 테마 구간을 더해지고 방지턱과 지그재그 펜스가 배치돼 마치 카트라이더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달려 실제 운전하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주행 중에는 두 손을 놓을 수 없어 ‘인증샷’의 강박에서도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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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로와 숲, 자연 그대로에 트릭아트, 폭포 터널 등의 테마 구간을 더해 마치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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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구간은 2.4㎞, 단일 코스로는 국내 최장이다. 앞서가는 자와 뒤따라오는 자를 피해 달리는 5분여의 시간은 생각보다 긴장감이 넘친다. 루지 체험을 위해 면허는 필요 없지만 간단한 교육은 필수다. 또한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보호자가 동반 탑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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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를 둘러싼 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5코스.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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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횡성댐을 건설하며 생긴 인공호수인 횡성호. 횡성문화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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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노을 맛집, 횡성호


횡성호는 여정의 마무리 코스로 추천한다.

7년여의 공사 끝에 2000년 완성된 횡성댐 건설 과정에서 생긴 인공호수 횡성호는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 마치 수채화 같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곳이다. 주변을 둘러싼 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절경을 연출한다. 하이라이트는 5코스(망향의 동산 일원 가족길 9㎞)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호수길 전망대를 비롯해 타이태닉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등 호수 곳곳에 자리한 뷰 포인트에서 자연을 관조하며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 따스하지만 차분하게 빛나는 햇살을 따라 걷다 보면 들끓었던 마음과 일상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횡성 |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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