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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10%대 추락한 윤석열, 그리고 8년 전 오늘 [김민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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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1일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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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앉았다. 취임 이후 최저치, 17%였다(한국갤럽). 경향신문은 기록했다. “국정이 사실상 붕괴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이 무너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 19%였다(한국갤럽). 문화일보가 공개한 별도 조사에선 17%로 나왔다.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명태균씨의 폭로는 ‘트리거’일 뿐이다. 시민은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어떻게 2년 반을 보냈는지 똑똑히 보았다. 윤 대통령은 무능·무지·무위·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유일하게 근면성과 성실성을 입증한 분야는 ‘아내 보호’였다. 검찰·경찰·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거의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아내를 옹위했다. “김건희 보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인물로 보였다.

아내는 그러나 ‘보호받는’ 역할로 만족하지 못했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명씨와 통화한다.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한 달 후 쯤 명씨가 지인에게 전한 통화 상황은 이렇다.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래서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 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김 여사는 취임식 전날까지 ‘오빠’의 대통령 자격을 의심했다. 아마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때도 ‘내가 출마한다’고, 당선 때도 ‘내가 당선됐다’고, 취임 후에도 ‘내가 대통령’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니 ‘명 선생’과 공천을 논의하는 일 역시 자신의 업무로 간주했을 터다.

명태균 의혹의 핵심은 여론조사 조작과 공천개입이다. 두 가지는 얽혀 있다. 대선 당시 명씨가 수십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일부의 결과를 조작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먼저다. 명씨가 조사 비용 3억7000만원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대가로 받았다는 정황이 보태진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 된다. 대통령 부부는 고소하지 않았다.

보다 중대한 문제는 ‘거짓말 릴레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육성 녹음 공개로, 이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씨를 알게 된 경위를 두고도 ‘입당 전 국민의힘 고위당직자와 당 소속 정치인이 명씨를 집에 데리고 와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 취재 결과, 최소 네 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리처드 닉슨·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비리 자체보다 이를 은폐하려 한 거짓말에 발목 잡혀 사임하거나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

대통령실에선 ‘반전 카드’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그런 건 없다. 부부에게 더 이상 선택지는 없다. 시민은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줬다. 참모를 바꾸라 했고, 정책을 바꾸라 했고, 특별감찰관·제2부속실을 만들라 했다. 기회를 걷어찬 건 두 사람이다.

남은 건 책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작게는 공천개입 의혹, 크게는 2년 반 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과 김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곤 소추(기소)되지 않지만, 수사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피해가려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가 나오면 민심이 달라지겠지 기대할 법하다. 설령 유죄가 나온다 해도, 대통령 부부 문제가 가려지지 않는다. 외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한, 원내 과반 제1야당 지도자는 사법 심판을 받는데, 왜 대통령 부부는 수사조차 피해가는지 분노가 비등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등 외교안보 상황을 핑계 삼을 수도 있다. 대통령을 흔들면 혼란이 가중되고 위기가 심화된다…. 20년 전쯤엔 먹혔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주의 없는 안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국 내 민주주의를 외면한 지도자들이 자국은 물론 전 지구적 위협이 되고 있음을 목도하는 터다.

안보 위기 때문에라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작금의 안보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북괴군 부대를 폭격, 심리전으로 써먹자”는 헛소리에 국가안보실장이 “넵”이라 맞장구 치고, 안보실장보다 더 실세라는 안보실 1차장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자신이 ‘그 참모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이토록 위험하고 오만한 정부를 시민이 믿을 수 있겠나. 정권 핵심의 불투명·부정의부터 정리해야, 시민도 정부를 신뢰하고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시간은 용산 편이 아니다.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검찰이 선수 칠 수도 있다. ‘사람 말고 조직에 충성하는’ 검찰이, 윤석열·김건희 구하려다 검찰청 문을 닫게 될까봐 겁이 나서. 어느날 심우정 검찰총장이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명태균 의혹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며 ‘검찰의 명운’을 건 ‘성역 없는’ 수사를 선언할지 모른다. 윤 대통령이 검사 해봐서 잘 알지 않는가.

2016년 10월 3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지 이틀 후. 박근혜는 우병우·안종범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경질했다. 꼬리 자르기였다. 시민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11월 4일 공개된 지지율은 5%였다.

경향신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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