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핵심기술로 묶여 있는 보툴리눔 균주·생산기술
제약업계 “수출 승인까지 4개월…1000억원 이상 손해”
산자부, 7일 ‘보톡스 제외 안건’ 전문위원회 논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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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균주와 독소 제제 생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돼야 한다는 제약업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국산 제품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해 제약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관련 기업 대부분이 지정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이 72억 달러(한화 약 1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가운데 보툴리눔 균주와 제제 생산 기술이 핵심기술로 지정된 상황에선 국내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부에 지정 해제를 거듭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다.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고 △잠재력이 커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거나 △국가 안전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적용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삼았다. 이어 2016년 11월 추가 고시를 통해 톡신 균주까지 포함시켰다. 국가핵심기술은 보통 ‘방법’ 또는 ‘기술상의 정보’로 구분하는데, 현재 75개 국가핵심기술 중 보툴리눔 균주만 유일하게 기술이 아닌 유형물이다.
국가핵심기술에 속하면 해외 시장에서 기술 이전, 라이선스 계약, 합작 투자 등을 추진해 사업을 확장할 경우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제품을 수출하기까지 수개월이 지체된다고 짚는다. 승인 절차가 길어지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 기회나 시장 진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수출을 위한 허가 과정이 약 4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심사 시 심사기간을 4개월 단축하는 ‘우선심사’ 바우처가 약 140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지연은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산 보톡스가 주목받는 가운데 규제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2022년 2억2320만 달러(약 3078억원)에서 지난해 3억712만 달러(약 4236억원)로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다. 세계 톡신 시장은 미국이 5조원, 유럽 2조원, 중국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10년 내 잠재 성장률 전망치가 14%에 이르며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최근 한국 반도체의 매출 악화에 따라 국가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수출 규제가 완화된다면 국산 보톡스는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 부상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한 축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일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독소 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업계는 이번 논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3대 집중 육성 품목으로 제시하면서 적극적 지원과 시장 활성화, 규제 혁파 등을 약속했다”며 “정부의 의지가 7일 열릴 톡신 규제 관련 전문위원회 논의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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