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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북·러, 김일성 첫 소련방문 기념하고 군사동맹 조약 “정확히 이행할 굳은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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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한국전쟁 직전 김일성의 첫 소련방문을 기념하며 북·러 군사동맹 조약 이행 의지를 과시했다.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에서 북·러 규탄 성명이 나온 바로 다음 날 가진 회담에서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략대화’를 가졌다고 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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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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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전략대화에서 북·러 정상회담 합의들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양자관계 발전을 위한 실천적 문제들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다며 “쌍방은 전통적 조로(북·러)친선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 세운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조항들을 정확히 이행하려는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약에는 자동개입조항이 포함돼 북·러의 위험한 군사동맹이라는 반발을 사 왔다.

또 국제정세 관련 쌍방의 평가가 일치했다며 “조선반도와 동북아, 기타 지역들에서 정세 격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추종국가들의 도발 행위에 있다는 데 공동인식이 표명됐다”고 했다.

또 “러시아 측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침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가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최종 완결판”이라고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옹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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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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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스통신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라브로프 장관이 “러시아와 북한의 군과 특수서비스(안보 분야)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가 구축됐다”며 “이는 우리와 당신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안보 목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은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현명한 영도 아래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승리의 그 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성전’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지지·성원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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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첫 소련 공식방문 기념 현판이 러시아에서 제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제막 행사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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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외무상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인해 한반도가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며 “정세가 언제든 폭발적으로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미가 북한에 대한 핵 사용을 목표로 한반도에서 모의 훈련을 여러 차례 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현대적인 전략공격 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핵 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히 갖출 것이 요구된다면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을 확언했다”고 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 전략대화는 모스크바 외교부 리셉션하우스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비공개 대화에서 양측은 러시아군에 북한군을 투입한 ‘불법 위장 파병’과 국제사회 대응 안건을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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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양자회담을 갖고 지난 6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새 조약(포괄적 전략적동반자 관계 조약)이 이미 실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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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평양을 출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30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어떤 일정을 가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이번 방러에서 라브로프 장관 외 누구와 만났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크레믈궁은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은 지난 1월 모스크바를 공식방문했을 때는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와 만났다.

양측 전략대화에 앞서 양국의 군사적 밀착을 과시하는 행사도 열렸다. 통신은 “전략대화에 앞서 최선희 외무상과 라브로브 외무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수상 김일성동지의 1949년 3월 첫 소련방문을 기념하는 현판을 야로슬라브리역에 제막하는 행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1949년 소련 방문 때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남침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고 1950년 4월 다시 스탈린을 찾아가 남침을 승인받았다. 북·러는 양자 밀착의 기원이나 한국전쟁의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기에, 러시아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면 하기 힘들 행사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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