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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조선의 프로막말러’ 김여정…탈북민부터 유엔총장까지 모두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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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조롱 가득한 평양 2인자의 ‘미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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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비판 토론을 하고 있는 김여정 당 부부장. [매경DB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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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과 대상, 국적을 가리지 않고 깎아내리고 조롱하고 위협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의 속내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텍스트다. 다만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개 비웃음과 원색적 욕설로 뒤덮여 있다. ‘어떤 말이 불쾌하게 들릴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준비했다’는 식이다.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대외적인 북한의 국격을 깎아먹는 역할도 한다.

2일 김 부부장은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발사를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성명에 대해 담화를 발표해 “우리의 변화를 기대하는 멍청한 짓을 말아야 할 것”이라고 헐뜯었다. 또 “제재나 압박, 위협 따위가 우리를 멈춰세웠는가? 우리는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제재 무용론도 펼쳤다. 이는 김 부부장의 담화 치고는 순한 편이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는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난 담화를 살포하는 상황을 가정한 담화를 내놨다. 그러면서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 무리(한국군)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 세상도 궁금해 할 것”이라고 했다.

가끔은 언론의 기본적인 룰에 미숙해 머쓱한 모습을 만드는 담화도 낸다.

지난달 18일에는 담화를 통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북측의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폭파 사진을 북한 관영매체가 무단도용했음을 결과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NBC 방송, 폭스뉴스, 영국 로이터통신 같은 세계 각 언론이 보도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을 사진으로 썼다”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해당 외신들이 합참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영상을 쓴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적반하장 격으로 난리를 친 셈이다.

김여정, 세세한 내용까지 담화발표 ‘비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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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방남한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매경DB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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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단체도 담화의 단골 공격 대상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담화에서는 살포한 탈북민 단체를 “혐오스러운 쓰레기들”이라고 표현하 “그 쓰레기들이 자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정부와 군 당국 안팎에서는 김 부부장이 남북관계나 안보정세와 관련해 지나치게 세세한 내용까지 개입해 거북한 언사를 담은 담화를 내고 있는 것을 ‘북한 체제의 비효율성’을 방증하는 증거로 판단한다.

북한의 사진 무단사용 가능성을 언급해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 대상이 됐던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기자들에게 “김여정이 사소한 것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 북한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이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정권 초기에는 주로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하는 행사와 의전을 준비하는 실무적 역할을 맡았다. 당시 그는 관영매체의 카메라 앞에서도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남북·대외 관계에서 김 위원장과 더불어 평양에서 자신의 언어로 입장을 낼 수 있는 ‘유이한’ 존재로 뛰어올랐다.

北에서 ‘표현의 자유’ 가진 유이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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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외 방문에서 담배를 피우자 재떨이를 들어주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매경DB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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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집권 초중반기에 몇 차례 중대한 ‘보고 누락’ 사태를 겪은 후, 자신에게 사안을 가감없지 보고할 수 있는 존재인 ‘친동생’ 김 부부장을 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부부장은 평양에서 대체불가한 문고리 권력이자 발언의 자유를 가진 특이한 존재가 됐다. 그가 문재인 정부 당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보여준 신중하고 자신감에 찬 행동과 발언은 과거의 말괄량이 같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최근 그가 쏟아내고 있는 비난 담화는 잔뜩 골이 난 예전의 그 말괄량이 같은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공격하고 상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 꾹꾹 눌러 쓴 악다구니가 한 나라의 가장 힘 있는 사람의 입에서 연일 쏟아지는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만큼 남북의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도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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