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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스스로 회초리 들어야"…지방의회 '감사권' 요구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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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에 주어진 지방의회 감사권

지방의회 감사권 부여 법개정 움직임

용인시의회 임시회서 건의문 채택

지방의회 완전한 독립 공감대 확산

일각에서는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도

"중립성‧전문성 갖춘 감사기구 필요"

노컷뉴스

지방의회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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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내 A시의회에서는 1년 전쯤 의장 비서실장이던 B씨의 근무태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특정 의원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잦은 지각과 무단결근으로 구설에 오른 것. 당시 B씨는 주변에 '술에 취해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의회 차원에서 아무런 인사 조치는 없었다. 의회 안에 사무직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거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별정직이었던 B씨는 의장과 함께 자신의 임기를 모두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해당 사안도 없던 일이 돼버린 셈이다. A시의회 한 관계자는 "부적절한 행위와 근무태만을 되풀이하고도 징계 없이 온전하게 임기를 다 마쳤다"며 "시청에 있는 감사과에 조사조차 의뢰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2. 도내 C시의 D감사관은 최근 4~5년간 시의회로부터 사무국 직원에 대한 감사나 조사 의뢰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의장 요청으로 시청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시의회 소속인 데다, 의회 자체적으로 공고를 내 채용한 직원들을 시 감사관이 조사하는 건 너무 부담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더욱이 의회 사무국도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견제‧감시 대상인 지자체에 감사를 부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D감사관은 "시청 내부 단속은 물론 청렴도 개선을 위해 추진 사업들도 감당하기 벅찬데 소속도 다른 시의회 공무원들까지 어떻게 터치하느냐"며 "시의회가 전문 감사 인력을 뽑아서 따로 운영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토로했다.

갈 길 먼 지방의회 독립, 감사하려면 지자체 '눈치'


2년 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어느 정도 강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체 감사권한을 갖지 못해 자발적으로 '집안 단속'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위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 13일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면 권한은 각 의장에게 주어지는 등 이른바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지만, 감사권 만은 아직 지자체장의 고유 권한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감사하려면 의장이 지자체에 감사를 요청해야 하는 구조다. 지방의회 의장은 독립된 감사기구를 둘 수 없고, 감사담당자를 임용할 권한도 없다.

이런 데다 지방의회 측은 소속이 다른 지자체 감사관이 의회 사무부서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다반사고, 외부 기관에 조직문제를 공개하는 것을 꺼려 실제 감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조직의 자정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회초리'를 포기하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이유다. 결국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사무부서의 자질과 기능마저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

"지방의회 감사권 부여 법개정 시급"…용인시의회 건의문 채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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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공공감사법 개정 관련 건의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유진선 용인특례시의회 의장 모습. 용인특례시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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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광역‧기초의회들은 지방의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자체 감사권 확보와 관련 기구 설치 등을 위한 법개정 활동을 추진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 용인특례시의회다. 경기 용인시의회는 지난 9월 임시회에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 촉구 건의문을 의원들 의결을 거쳐 정식 채택했다. 핵심은 지방의회 사무부서가 내부조직을 직접 감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용인시의회는 건의문에서 "인사권 독립을 뒷받침하는 후속 입법 조치가 부족한 실정으로 지방의회의 조직 구성권과 예산 편성권은 여전히 집행부에 예속돼 있다"며 "지방의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감사법에는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지자체의 범위 안에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광역시·도 교육청만이 포함돼 있다"며 "지방의회의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와 행정안전부,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주요 요구사항은 △모든 지방의회에 자체 감사기구 설치 하도록 공공감사법 개정 △모든 지방의회에 감사기구의 장 및 감사담당자 임면할 수 있는 정원과 직급 보장 △지방의회 감사기구에 근무할 감사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에 앞장서 온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장은 조만간 감사원을 찾아 해당 건의문을 정식 제출하고 현실에 맞는 법개정 필요성을 직접 설명할 방침이다.

'완전한 독립' 공감대↑,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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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경기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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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회도 한목소리다.

경기도의회 김진경 의장은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을 맞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방의회 감사권 부여'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특히 김 의장은 "지방의회는 자체 감사기구 설치·운영 권한이 없어 징계 요구 및 처분권만 있고 감사 및 조사권은 없는 기형적인 감사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회 자체 감사기구 설치와 감사인력 임명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회 여‧야 역시 지방의회의 온전한 인사권 독립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도의회 정윤경 부의장과 최종현 민주당 대표의원, 국민의힘 임상오 안전행정위원장은 경기도 국정감사 중 신정훈 국회의원(행안위원장)에게 자체 조직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보장하는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건넸다.

이는 그간 지방자치법 개정 등으로 지방의회가 인사권 독립에 열을 올려온 데 더해, 지방의회 내 사무처‧국‧과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 기능을 새롭게 부여하자는 공감대 형성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의회 전문 감사기구 둬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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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경기도 감사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경기도의원들이 '지방의회 제도개선을 위한 건의안'을 들어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현 의원, 정윤경 부의장,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 임상오 의원. 경기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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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의 감사권 확보는 물론, 관련 기구 신설과 중립성‧전문성을 갖춘 별도 감사관 투입도 함께 고려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지자체와 지방의회 공무원을 모두 감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그런데 여느 지역들은 감사권이 지자체장에게만 주어져 있어 통합 감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봤다.

이어 "지방의회 사무부서에는 공무원이 많지 않고 대부분 집행부에서 파견돼 친소관계가 강한 편이다"라며 "스스로 감사권을 갖게 되더라도 다차원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방의회) 감사기구의 장은 개방형으로 적합한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며 "감사의 중요한 포인트는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이다. 두 가지를 다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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