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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난 퍼스트 도터야" 이랬던 이방카…왜 아빠 유세장만 안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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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방카 트럼프. 지난해 11월 아버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중범죄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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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냥 직원이라고? 천만에. 나는 '퍼스트 도터'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42)가 했다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트럼프에 대해 쓴 회고록 『공포(Fear)』에 적은 내용이다. 남편 재러드 쿠슈너(43)와 함께 백악관 상임고문으로 최전선으로 활약했던 그가, 이번 대선 레이스에선 자취를 감췄다. 그는 백악관 선임고문 자격으로 한국도 방문하고 주요20개국(G20) 회의 등에도 참석했었다.

트럼프 비판론자들에겐 '권력욕의 화신'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에겐 퍼스트 레이디처럼 아버지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두문불출인 건 이번 대선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이방카는 어디에?"라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부재를 집중 조명한 까닭이다. 트럼프가 아닌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NYT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의 미국 매체들 역시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의 행보를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다. 피플지 등, 종합일간지가 아닌 매체들 사이에선 "대선 패배를 우려한 트럼프 후보가 이방카에게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방카가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활발히 곳곳에 나타난다. 말리부 리조트에서 셀럽들과 파티를 열거나,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서핑을 배우거나,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버지가 아닌 경쟁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현장에서도 포착됐다. 아버지의 유세 현장에만 나타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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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가 남편 재러드 쿠슈너(맨 왼쪽)와 함께 판문점을 방문 중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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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지난해 재판을 받는 데도 증인으로 서야 했던 한 번을 제외하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증언대에 섰을 때도 이방카는 아버지를 적극 옹호하지 않고 "나는 아버지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말만 했다. 트럼프 후보는 성추행 등 34개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까지 받고 항소 중이다.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왜일까. NYT의 인터뷰 요청을 이방카는 거절했고, 대신 남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쿠슈너는 "이방카를 유세 현장에서 볼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칼에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쿠슈너는 "이방카는 2020년 워싱턴을 떠나면서 정치 인생은 접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결심을 지금까지도 멋지게 지키고 있다"며 "설사 (장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우리 삶에서 우선순위는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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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나타난 이방카 부부. 이때가 이번 유세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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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와의 불화설은 부인했다. 쿠슈너는 "물론 우리는 (트럼프 후보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부부의 삶은 앞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 쪽은 쳐다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반 트럼프 매체인 NYT와의 인터뷰는 피했지만,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정치라는 어두운 세상을 이젠 피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 후엔 이들 부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정·재계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일각의 우려도 전했다. 이미 트럼프 백악관 시절, 부부가 모두 선임고문으로 다양한 이권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편 쿠슈너가 현재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의 고객이 대개 백악관 시절 친분을 쌓은 중동 측 정부 및 기업 인사들이라는 게 대표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쿠슈너의 자산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억 1200만 달러(약 1543억원)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방카와 쿠슈너의 자리는 다른 자녀들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채우고 있다. 에릭 트럼프와 부인 라라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가 러닝메이트로 J D 밴스 상원의원을 택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미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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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의 유세 현장은 다른 인물들이 채우고 있다. 오른쪽에서 환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표적.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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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본인 역시 회고록 등에서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을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 그 역시 가족 중심으로 사업뿐 아니라 정치까지 해오고 있는 셈. 이제 맏딸 이방카 대신 문고리 권력은 트럼프 주니어 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오는 5일 당선할 경우 '퍼스트 도터' 대신 '퍼스트 선(the First Son)'가 출현할 수도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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