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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토)

[사설] 검사 줄줄이 옷 벗는 공수처, 이대로 존립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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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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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공수처 부장검사는 정원 7명 중 2명만 남는다. 평검사들도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조직의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직서를 낸 송창진 부장검사는 지난해 2월 공수처에 합류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옷을 벗는다.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한다. 명품백 사건을 직접 맡아온 검사가 지난달 말 퇴직한 데 이어 송 부장검사도 공수처를 떠나면서 수사 표류는 불가피해졌다. 이 부서엔 검사 1명만 남게 된다.

공수처 인력 이탈은 총체적이다. 수사1부는 부장검사가 5월 면직 처리된 이후 5개월 넘게 공석이다. 평검사들도 줄줄이 사퇴하면서 검사 한 명 없는 ‘유령 부서’가 됐다. 한 달여 전 사의를 표명한 수사3부 부장검사 사직서도 엊그제 수리됐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가뜩이나 적은 25명인데, 이제 처장, 차장을 다 포함해도 절반을 간신히 넘긴 14명뿐이다.

인력은 계속 줄어드는데 고소∙고발 사건은 해마다 2,000건 안팎에 달한다. 올해도 8월까지 1,149건이 접수됐다. 수사 1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채 상병 사건을 비롯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마약사건 세관 직원 연루 의혹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굵직한 사건만 상당수다. 자잘한 고소∙고발 사건은 캐비닛에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검사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설령 충원이 된다 해도 또다시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옷을 벗는 게 문제다. 지휘부의 리더십 부족, 정치권의 압박, 수사력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검사의 임기를 기본 3년에 세 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조직에 대한 애착을 떨어뜨린다. 연임 재가가 수사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내년 1월이면 공수처가 출범한 지 4년이지만 지금까지 내놓을 만한 성과는 없었다. 이대로면 무용론이 더 비등해질 수밖에 없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채 상병 수사 같은 굵직한 사건에 사활을 걸고 성과를 내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인력 이탈도 막을 수 있다. 정부도 정원과 임기제 등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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