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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잘나가던 '흑백요리사' 유비빔 돌연 폐업…20년 무신고 영업 왜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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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최근 유비빔씨 식당을 찾아 '비빔밥 먹방'을 찍은 뒤 유튜브 '김관영TV'에 올렸다. 1일 '무신고 식당' 영업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사진 '김관영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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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하는 마음" SNS에 반성문



전북 전주가 시끌시끌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비빔대왕' 유비빔(60)씨가 1일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의 잘못을 고백한다"며 20년 넘게 국유지에 지은 불법 건축물에서 '무신고 식당'을 영업해온 사실을 밝히면서다. 유씨는 "사죄하는 마음"이라며 가게 영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흥행하면서 유씨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엔 연일 손님이 몰렸다. 프랑스 '축구 전설' 앙리부터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까지 유씨 지휘에 따라 비빔밥 '먹방'을 찍었다. 광고·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던 유씨가 갑자기 이른바 '폐업' 반성문을 쓴 까닭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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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빔씨가 1일 본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성문. 사진 유씨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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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적발…식품위생법 위반 벌금형



전주시는 이날 "지난 2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유씨 식당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했고, 식당 사업자로 등록된 유씨 부인이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근처에 자리한 유씨 식당 '비빔소리'는 건지산에 둘러싸여 있다. 식당 부지는 자연녹지지역 근린공원 내 기획재정부 소유 땅이다.

유씨는 2003년 5월 현 부지(187㎡)에 있는 건물을 약 5000만 원에 사들인 뒤 전주시에 신고하지 않고 일반음식점을 운영했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전주시는 "공원 구역에선 일반음식점 영업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유씨 식당은 애초 점용 허가 없이 지은 불법 건축물이고, 건축물 대장이 없으면 영업 신고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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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덕진구 유비빔씨 부부가 20년 넘게 운영해온 식당 '비빔소리'.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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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비빔소리' 간판.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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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 등 10차례 위반…2015년 구속까지



이 탓에 유씨 식당은 현재까지 최소 10차례 이상 지자체 단속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 부부는 식품위생법·도시공원법·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또는 약식기소돼 벌금 50만~300만 원을 물었다. 2004년 9월 무신고 일반음식점 영업으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은 게 처음이다. 이후 유씨는 부인 김모(56)씨와 영업자를 번갈아 가며 식당을 운영했고, 민원인 신고→지자체 단속→수사 의뢰→벌금형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

유씨는 무신고 영업으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양시호 판사는 2015년 4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조사 결과 유씨는 국유지 임차료로 연간 98만 원을 납부했고, 식당 매출액은 하루 평균 80만 원(신용카드 기준)으로 연간 약 3억 원에 달했다. 재판부는 "11년 동안 연이은 단속에도 무신고 영업을 계속하며 이득을 취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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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빔씨(오른쪽) 지휘 아래 비빔밥을 비비는 앙리와 선수들. 사진 앙리 인스타그램 캡처





기재부 "불법 영업 단속은 지자체 업무"



현행법상 무신고 영업은 행정 처분 대상이 아니어서 "위생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를 어기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써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에 지자체는 위반 사실을 적발해도 영업 정지나 과태료 등 행정적인 제재를 못 하고 강제성 없는 행정 지도에 그친다. 이와 관련, 전주시 관계자는 "적법하게 영업 신고를 한 업소는 위반 행위가 있을 때 식품위생법 여러 조항을 적용해 행정 처분도 하고 형사 처벌도 같이 한다"며 "그러나 무신고 영업은 식품위생법 벌칙 조항(97조 1항)을 이용해 형사 처벌을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현재 덕진구 관내 무신고 식당은 유씨 업소를 비롯해 3곳이다. 모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근처에서 영업 중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소유 국유재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며 "불법 영업은 지자체 단속 사항이고, 기재부 업무 범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캠코 측은 "해당 필지(유씨 식당 부지)는 캠코와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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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빔씨가 국유지에 있는 식당을 불하받기 위해 알아본 내용이 A4 용지에 빼곡히 적혀 있다. 사진 유비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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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식당서 만든 비빔밥 데워 팔아"



유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법을 어긴 건 명백한 제 잘못"이라며 "다만 전주시·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적극 행정'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 국유지를 불하받는 방법도 백방으로 알아봤으나 뜻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경기 남양주시와 충북 대청호 등 일부 공원 구역과 상수원 보호 구역이 해제됐다"며 "전주시도 공원 구역 해제를 검토했다가 환경단체 반대로 결정을 미룬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씨는 2015년 법정 구속된 이후 1년간 가게를 폐업했다고 한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국세청에 다시 부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때는 업태를 기존 음식점에서 공연·전시·한식체험장으로 바꿨다고 한다.

유씨는 "아들이 영화의 거리(고사동)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만든 비빔밥·청국장 등을 '출장 뷔페' 형식으로 공연장('비빔소리')에 배달한 뒤 데워서만 팔았다"며 "일부 음식만 가스 불로 조리했고, 손님에겐 음식값이 포함된 입장·관람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캠코에 임차료로 연간 200만 원 가까이 내고 있고, 계약 조건에 슈퍼마켓 등 기타 용도로 영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유씨 설명이다. 재산세 등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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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빔씨는 "합법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문화재청 등에 공원 구역 해제 등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가 관련 내용을 적은 종이. 사진 유비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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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식당서 '먹방' 찍은 김관영…영상 삭제



유씨는 "위법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근 전주 한옥마을 내 건물을 계약해 음식점을 새로 열 예정"이라며 "덕진동 업소는 더는 음식을 팔지 않고 비빔 관련 작품을 전시·공연하는 공간으로만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관영 지사는 한 달 전 유씨 식당을 방문해 찍은 영상을 유튜브 '김관영TV'에 올렸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이날 삭제했다. 김 지사는 "(무신고 영업 관련) 사연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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