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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미국 "북한군 러 파병 말려 달라"... 주미 중국대사 관저서 미중 고위급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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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파병 중단 위한 중국 역할 주문
'북한 파병' 불편한 중국 속내 역이용 전략
중러 관계 거뜬... "대러 압박 쉽지 않을 것"
한국일보

지난달 18일 공개된 러시아 동부의 한 군사 훈련 시설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보급품을 받아가고 있는 모습. 러시아 독립언론 '아스트라'의 텔레그램 계정에 오른 영상의 한 장면이다. 아스트라 텔레그램 계정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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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셰펑 주미 중국대사를 만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논의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과의 관계 안정을 바라는 중국으로선 북한군 파병을 포함한 북한·러시아 간 밀착 심화를 내심 불편해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 같은 중국의 속내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해 북러 양국을 압박하려는 게 미국 의도로 분석된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벨 부장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은 지난달 29일 워싱턴의 셰 대사 자택에서 몇 시간에 걸쳐 회동했다. 두 당국자는 중국 측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러시아 파병 제한·중단을 위한 중재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북한군 파병을 둘러싼 우려를 중국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미국 각 기관에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모스크바와 평양 간 군사 협력에 관한 중국과의 강력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말과 행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이런 활동(북한군 파병)을 억제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조치를 취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행사 도중 나란히 건배 잔을 기울이고 있다. 카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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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반대급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의 동북아시아 지역 관여 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또 중국으로선 북러 간 협력 심화 탓에 그간 절대적이었던 대북 영향력을 러시아와 나눠 갖게 됐다는 점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의 이러한 우려 또는 불만을 역이용해 북한과 러시아를 동시 압박하는 게 미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의 이 같은 판단이 "희망적 사고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언 하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대(對)러시아 관계에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 문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중국의 결정을 약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견제 차원에서 러시아라는 '파트너'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군을 돌려보내라'는 압박을 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대북 영향력을 발휘할 중국의 외교적 공간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북한과 중국의 대화 수준은 지난해 시작된 북러 간 전략적 협력 심화와 반비례해 크게 줄어들었다. 북중 양국은 올해를 '수교 75주년 기념 우호의 해'로 지정하고도 별다른 고위급 교류를 열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까지 북한 파병 문제와 관련,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구체적 입장 표명조차 피하고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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